자신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손자녀를 돌보건 자녀 세대의 부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손자녀를 돌보게 된 조부모이건 손자녀를 떠맡은 조부모는 20~30년 전에 해 보았던 중노동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전통적인 대가족에서의 조부모의 역할은 오랜 삶의 경험과 지식 및 지혜를 기반으로 가정 문제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전통문화의 계승과 전달을 맡으며 자손의 교육과 진로지도를 담당하는 역할이었다(서병선, 1995).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맞벌이 부모의 자녀들을 떠맡은 조부모는 예전의 권위적인 조부모와는 어느 정도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수십년간 조부모의 역할을 연구해 온 캘리포니아의 정신과 의사인 아서 코나버 박사는 "중간 세대가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어린 세대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조부모들의 핵심 역할"이라고 지적하였다(뉴스위크 특별호 5, 2001). 이 주장은 손자녀를 돌보는 일을 보조적인 역할로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조부모와 젊은 부모 세대에게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노년기에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 가장 즐겁고 보람된 일이지만, 손자녀를 돌보는 일도 그 중요한 일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손자녀를 돌보는 일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어려움 중에서도 손자녀와 지내는 시간들을 즐기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힘든 양육의 과정들이 조금은 덜 힘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젊은 부모 세대의 노부모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젊은 부모 세대는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봐주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요구할 수 있는데 전적으로 자녀에 대한 책임은 그 부모에게 있으며, 조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돌봐주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과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
이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또한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때로는 젊은 사람들한테도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을 만큼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다. 따라서 나이 드신 조부모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육체적으로 백찬 일일 수 있다. 항상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그 시간동안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서병선(1995)의 연구에 의하면 손자녀를 맡아 키우는 할머니들의 양육 기간은 평균 3.7년이고 하루 평균 12.3시간을 손자녀 양육에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손자녀를 맡아 키움으로써 건강상에 무리가 오거나 외출이나 취미, 사회활동 등에 지장을 받는 것에 가장 많은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손자녀 돌보는 일에 매달리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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