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과서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80년대 생이라면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라는 유명한 비문학 지문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지문의 저자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평소 자신이 생각하는 공부와 교육에 대해 안희경 작가와 대담 형식으로 쓰인 책입니다. 책은 구어체를 살린 덕택에 전체적으로 쉽게 읽히는 편입니다.
우리는 흔히 ‘교수’라는 직함을 들으면, 공부와는 뗄 수 없는 느낌을 받습니다. 공부가 싫은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른 뭔가 특이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오죽 공부가 좋았으면 공부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을까 싶습니다. 저자인 최재천 교수처럼 사회적으로, 학문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경우는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공부와의 관계를 ‘애증’이라고 표현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서울대학교에 진학했지만, 남들처럼 공부하라는 압박에 시달려서 억지로 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누구나 공부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서울대학교에 가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자신의 시절(1948년생)에는 현재의 서울대학교와 위상이 달랐음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수학을 못해서 지원했던 의예과에 떨어졌던 경험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수학 교육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나옵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수포자’라 칭할 정도로 수학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실제 성적도 30점을 넘기기 힘들었지만, 배치고사에서 전략적으로 준비한 시험이 운 좋게 성공하는 바람에 60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유분방한 저자의 성격상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대한민국식 수학 교육은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본문일부/목차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저자의 이야기가 정말 담백하고 진솔하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석학이 되고 유명인사가 되었으면, 흔히 ‘꼰대’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있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수학 30점을 받았던 고등학생 시절,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데 아는 척을 해야 해서 쩔쩔맸던 강연 경험, 학점관리를 하지 않아 낙방할 뻔 했지만 꼼수를 부려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벌 세탁’을 했던 과정, 자신의 전공을 점수에 맞춰 진학한 ‘똥물학과’라고 부른 점 등에서 저자의 솔직한 경험과 공부에 대한 느낀 점들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공부에 대해 부담에서 한결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면서 동시에 공부의 치열함을 느끼게 해준 책입니다. 탐구할 주제를 찾을 때는 지식을 한 층 씩 쌓아 나가야 한다는 부담에서는 자유롭되, 그렇게 찾은 주제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을 강조합니다. 지식에 빈 구석도 있을 수 있고, 체계적일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탐구한 분야는 확실하게 아는 것이 진정한 ‘앎’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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