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게이(京)’로 쓰나미 피해를 줄인다. 신약 개발과 제조업에도 게이를 활용할 예정이다. 첨단 과학기술로 생명을 구하고 부가가치까지 내는 사례다. 후지쯔가 도호쿠대학과 함께 게이를 사용해 세계 최초로 3차원 쓰나미 재현 모의실험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아사히신문 등 주요 일본 언론이 22일 보도했다. 도호쿠대학이 만든 2차원 쓰나미 시뮬레이션 기술에 후지쯔가 가진 3차원 유체해석 기술을 더해 올해 안에 개발을 마친다는 목표를 세웠다. 쓰나미가 몰려왔을 때 파괴력과 속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역할이다. 3차원 쓰나미 시뮬레이션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쓰나미를 효과적으로 견딜 수 있는 건축 기술이나 피난 경로와 장소 선정 등에 큰 도움을 준다. 게이 활용 방안은 다양하다. 게이를 운영하는 이화학연구소는 쓰나미 등 재해 방지뿐 아니라 △의료 및 신약 개발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제조 기술 △우주 연구 등 5가지 분야를 선정했다. 신약 개발은 주가이제약과 손을 잡았다. 9월부터 항암제 개발에 착수한다. 게이로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찾아 개발 기간을 앞당긴다는 청사진이다. 차세대 제조업은 자동차가 거론된다. 자동차 장거리 주행 실험을 게이로 대체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활용 시기는 11월 이후다. 게이의 계산 능력은 현재 세계 최고다. 1초에 1경번의 계산이 가능하다. 기존 슈퍼컴퓨터로 심장 박동을 세포 단위까지 재현하려면 2년 정도 걸렸지만 게이는 하루면 충분하다. 야마모토 마사미 후지쯔 사장은 “슈퍼컴퓨터 성능은 국가의 과학기술력과 직결된다”고 밝혔다. 슈퍼컴퓨터 개발은 미국과 중국, 일본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게이가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르면서 중국 ‘톈허1A’가 2위로 밀렸다. 3위로 밀린 미국은 크레이가 올 상반기 개발을 마친다고 발표한 ‘블루워터’로 1위를 탈환한다는 각오다. 후지쯔는 슈퍼컴퓨터의 심장인 독자 CPU를 계속 개발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슈퍼컴퓨터 CPU를 만드는 기업은 세계에서 후지쯔와 IBM뿐이다. 슈퍼컴퓨터 전용 CPU는 개발비가 많이 들지만 성능을 높이기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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