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코리아’ 도약을 이끌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비리 의혹이야기가 아니다. 정보통신 분야 대표 부처로서 정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산업이 흔들리고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2008년 방송·통신 융합조직으로 출범한 방통위는 출범 4년째지만 중심을 잃고 방향 감각도 상실했다. 문제점과 대안을 3회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지난 16일 오후 3시 전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지상파 KBS2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1200만여 가구의 케이블TV에서 해당 채널이 사라졌다. 방통위가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내렸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쳤다. 더구나 제재조치는 사태 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방통위의 선제적 정책 대응과 사후 정책 조치 모두 부실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하루였다. 방통위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방통 융합조직으로 출범한 배경은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새로운 정책 기구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크게 작용했다. 융합과 산업화 추세에 걸맞은 정책을 추진해 IT강국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였다. 산업계 거센 반발에도 옛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방통위가 탄생한 배경은 한마디로 시대 흐름에 맞는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통위 정책은 사업자 간 갈등, 시장 쏠림, 목표 없는 땜질식 처방만 부채질했다. 16일 블랙아웃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지상파 재송신 대가 분쟁은 3년이 넘는 해묵은 문제지만 별 진척이 없다. 2008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결로 법 공백 상태에 있는 미디어렙도 지상파·종합편성채널(종편)·중소방송사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혼란만 가중됐다. 종합편성채널 개국과 이를 위한 방통위의 밀어주기 행정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전락했다. 유료 방송도 시장 확대를 지원하기는커녕 출혈 경쟁을 방치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KT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정책은 SO와 IPTV 간 법적 분쟁까지 불렀다. 결국 방통위의 방송서비스 경쟁 정책으로 중소·개별 방송사·PP는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일자리 창출에도 실패했다. 정부는 출범 당시 IPTV 3만5650명, 종편 5000명 일자리 창출을 예고했지만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IPTV 부서는 대부분 기존 인력 재배치를 통해 만들어졌다. 종편 출범 역시 대부분 경력직을 채용해 ‘인력 돌려 막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4년간 ‘방송중심위원회’로 불렸다. 방통위 중심축이었던 방송 정책마저 낙제점을 받으니 ICT 정책은 온전할 리 없다. 방통위는 초기 통신 이용 환경 개선을 위해 요금인하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방통위가 경쟁 활성화를 통해 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차원에서 추진한 제4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은 무위로 끝났다.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논의조차 없다. 또 다른 경쟁활성화 방안인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은 반년이 넘도록 ‘기대주’에 머물고 있다.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해 CDMA 다음의 승부수로 꼽히던 와이브로 기술은 결국 ‘시장의 계륵’으로 전락했다. 지난 한 해 KT 2G서비스 종료를 놓고 심사숙고를 거듭해 최종적으로 내린 종료 승인 결정은 법원 가처분신청 심리에서 뒤집히는 유례없는 상황을 맞았다. 이뿐이 아니다. ‘스마트폰 가입자 2000만명 돌파’라며 팡파르를 울렸지만 이미 ‘아이폰 쇼크’가 한 차례 국내 시장을 강타한 뒤였다.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은 정부도, 사업자도 아닌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소비자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잇따른 해킹 사고에 우리나라 국민은 사실상 개인정보보호 사각지대에 내몰렸다. 지난해 현대캐피탈·SK커뮤니케이션즈 해킹으로 수천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개인정보보호 대책을 내놨지만 이를 비웃듯 넥슨이 1300만여건 개인정보를 도난당했다. 방송과 통신, 사전과 사후, 규제와 진흥, 산업과 이용자 어느 쪽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겉도는 정책. 1기 위원회 3년을 지나 2기 위원회 2년차에 접어든 방통위의 현주소다. , 이호준, 오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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