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격 하락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기쁨이, 글로벌 제조업체와 미 유통업체에는 악몽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기획보도를 통해 최근 몇 년간 북미지역에서 TV가격이 반토막 난 현황과 원인에 대해 집중 조망했다. 신문은 이같은 흐름이 제조사들의 과당경쟁에 따른 공급과잉 때문으로 분석했다. 중요한 포인트는 가격 하락이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TV제조사, 미국 소매점이 최대 피해자=북미시장에서 수년 전 최고급 제품으로 손꼽혔던 소니 55인치 LCD TV는 출고가 6000달러였던 것이 현재 25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절반이상 떨어진 셈이다. 이같은 추세는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주요 경쟁사에서도 나타나 해당 업체들의 이익이 급감했다. 이를 주도한 소니는 결국 TV사업 손실을 못이겨 지난 26일 삼성전자와 설립한 LCD패널 합작사 S-LCD의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소매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최대 전자제품 소매체인인 베스트바이는 3분기 순이익이 29%나 급락했다. TV와 여타 전자제품 가격을 인하한 영향이 컸다. 매장 66곳을 둔 전자제품 소매 체인 PC리처드앤드선도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잉 생산이 주원인=TV산업은 수년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구가했다. 소비자들이 구형 TV를 고화질(HD)과 평면 스크린 등을 갖춘 신형 TV로 앞 다퉈 교체한 덕분이다. TV제조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새 공장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거나 저비용으로 TV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장착했다. 문제는 이 공장들이 불황기에 가동돼 TV를 과잉 생산하고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엔고 현상은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TV제조사들을 힘들게 한 반면에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에는 이익이 됐다. ◇스마트TV 새 변수=중요한 것은 TV시장의 경쟁 포인트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평면, 대화면, 3D 같은 하드웨어 기술보다 넷플릭스와 아이튠스처럼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지가 결정적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 시장의 기린아 애플이 ‘아이패드’를,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구글TV’를 내놓는 이유다. 이들 스마트TV는 인터넷을 연결해 영화와 드라마, 콘서트 실황 같은 콘텐츠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과 구글의 행보가 기존 TV업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내다봤다. 디스플레이서치의 폴 갸농 북미지역 디렉터는 “애플이나 구글의 TV 벤처가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이들의 등장으로 기존 TV 제조사들이 사용자 경험에 집중해 더 직관적인 환경을 만드는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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