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모바일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소스가 세상에 공개됐다. 안드로이드 오픈소스 플랫폼으로의 변신은 김인기 이노디지털 사장이 창업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인기 사장은 15년 넘게 셋톱박스를 개발해 왔다. 차세대 셋톱박스 모델 개발을 놓고 몇 년 째 고민해 왔던 그에게 안드로이드 소스 개방은 고민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그는 다니고 있던 가온미디어를 그만두고, 곧바로 그해 연말 이노디지털이란 회사를 창업했다.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기기 전용 OS다. 스마트 셋톱박스 개발은 모바일용으로 나온 안드로이드를 TV에 적용한다는 ‘발상 전환’으로 시작됐다. 그는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급격히 변해가고 있듯이, TV도 스마트TV로 진화할 것으로 확신했다. 스마트TV 시대에 대비해 스마트 셋톱박스를 개발하자는 것이 그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그 당시 주위 사람들은 이러한 그의 도전을 말렸다. 지금까지 모바일용 OS를 TV 환경에 적용한 시도조차 없었고, 스마트TV 시장에 대한 성장 가능성도 낮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휴대폰이 너무나 빠르게 ‘스마트화’한 점을 눈 여겨 보고 스마트TV 시장 성장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확신했다. 그는 무모한 도전이 헛되지 않았음을 바로 증명해 보였다. 회사 설립 이후 1년여 만에 스마트 셋톱박스를 개발했다. 기존 셋톱박스는 위성방송 등 방송을 수신하는 기능이 주된 기능이었다. 새로운 기능이나 부가 서비스를 개발할 경우 추가 비용은 물론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서비스 공급자용 스마트 셋톱박스 ‘엔투비박스’는 기존 TV에 붙여서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안드로이드 기반이기 때문에 기능 추가 등이 매우 편리하다. 웹 서핑, 동영상 재생 등 스마트TV가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스마트 셋톱박스는 여러 사업자 서비스 모델을 가정의 TV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즉, 서비스와 콘텐츠만 보유한 업체라면 스마트 셋톱박스를 통해 콘텐츠를 TV로 옮겨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 셋톱박스는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것이자, 세계에서도 안드로이드 기반 첫 셋톱박스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이노디지털은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일본 최대 통신 기업인 NTT브로드밴드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영광을 안았다. 제품의 참신성과 기술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신뢰성 검토 작업에서 한차례 십백(ship-back)되는 아픔을 겪게 됐다. 설립 이후 찾아온 첫 위기였다. 수차례에 걸친 펌웨어 업그레이드와 일본 현지에서 전수 검사 과정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강도 높은 품질 개선작업으로 곧 제품에 대한 신뢰를 회복, 올해 재수출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NTT에서 우리나라 벤처기업 제품이 10년여 만에 처음 도입되는 것이라고 들었다”면서 “제품 품질 검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통신사업자를 고객으로 확보하게 돼서 매우 기뻤다”고 그때의 심정을 밝혔다. 이후 이노디지털은 독일, 인도, 유럽,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 제품을 공급하는 쾌거를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오히려 한국시장 진출 계획을 별도로 마련해야 할 정도”라며 반 농담 섞인 말을 던지기도 했다. 이노디지털은 지난해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9월엔 오스트리아에 지사도 설립했다. 최근에는 두바이 지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거점시장 중심 현지 지사를 통해 집중적인 마케팅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성적이 좋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 사장이 제품 개발을 완료하자마자 해외 전시회에 꾸준하게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으로서 초기에 재정적인 어려움이 많았지만 업계유명 해외 전시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국제방송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위성 및 멀티미디어 박람회, 국제 방송음향조명기기 전시회 등에 참여했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2회씩 해외 전시회를 참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2008년 12월에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특허 출원을 40여 건 이상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 중 20건은 이미 등록됐다. 자금력이 부족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해외 전시회 참여와 특허 등록이었던 것이다. 이는 김 사장이 기존 회사인 가온미디어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에서 비롯한 것 이였다. 가온미디어 창립 멤버였던 그는 이노디지털을 창업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가온미디어에서 신규 사업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엔 한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제품만 뛰어나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 “마케팅을 비롯해 협력 업체들과 연합 전선을 어떻게 형성해야 되는지 등을 앞서 배웠기 때문에 벤처 기업으로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 예측대로 최근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TV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이미 스마트 셋톱박스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이노디지털 매출 성장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창업 이후 첫해인 2009년에 11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2010년엔 30억원, 올해엔 35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매출 성장이 주춤했던 것은 신제품 개발이 하반기에 완료되면서 신규 매출 발생이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으로 계약이 미뤄졌던 신제품 공급 계약 등으로 인해 내년엔 100억원 이상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도 경쟁할 만한 제품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들에겐 엄청난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엇비슷한 제품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모바일 안드로이드 환경을 그대로 TV에 재현해주는 것으로, 방송 환경에 맞게끔 재개발된 제품은 아니다. 김 사장은 제품 기술력에서만큼은 자신감이 넘쳐난다. 안드로이드가 공개됐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업체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6개월 마다 업그레이드되는 OS에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이 바로 이노디지털”이라며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가지고 있는 업체가 있다 하더라도 최소 1년 정도 기술 격차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HD급 TV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10억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HD 및 일반 TV 수명을 5~10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시장은 스마트TV로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스마트 셋톱박스 역할도 아주 클 것으로 기대된다. 김 사장은 “10년 뒤 셋톱박스 시장에서 세계 5위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세계 모든 가정을 스마트화하는 IT변화 주역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 소개 이노디지털은 모바일용 오픈플랫폼 기술을 TV에 적용,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스마트 TV용 셋톱박스를 개발한 업체다. 이 회사의 스마트 셋톱박스 ‘엔투비박스’만 있으면 인터넷, 영상회의, 스마트기기과 연동 등 스마트TV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즉, 일반 HD급 TV에 ‘엔투비박스’를 함께 사용하면 스마트TV가 되는 셈이다. 이 제품은 아직 글로벌하게 유사 제품이 거의 없어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기존 셋톱박스와 비슷한 가격대에 다양한 TV 서비스 및 솔루션을 탑재해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주요 고객들은 주로 TV제조사, 방송사업자, 이동통신사, 인터넷사업자 등 콘텐츠 및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들이다. 이노디지털은 현재 16명 직원 중 12명이 개발 인력이다. 개발 인력 대부분 안드로이드 분야에 특화된 전문 개발자들이다. 초기 안드로이드 최초 버전부터 개발해왔기 때문에 이 분야 기술력에 대해 자부심이 높다. 현재 이노디지털은 다양한 분야 사업자들과 전략적 협력을 하고 있다. SK텔레콤 차세대 STB 개발 업체로 지정, 스마트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다음TV 스마트TV솔루션 공급업체로 선정돼 협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사업자들과 솔루션 공급 및 개발을 협의 중이다.
◇김인기 이노디지털 사장의 성공 키워드
‘발상 전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라 기존 개념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혁신의 첫 걸음이다. 특히 IT산업에서는 기존의 틀을 깨기가 쉽지 않다. 차세대 혁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뒤집어도 보고, 전혀 다른 것과 더해보기도 하고, 나누어보기를 해야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도전 결과물은 특허로 남겨라.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처음 확신했던 부분에 대해 계속 파고들어야 한다. 지속적·열정적 도전만이 차별화·전문화를 꾀할 수 있다. 그리고 기술개발 노력에 대한 결과물은 지식재산(특허)으로 챙겨둬야 한다.
모두가 ‘윈(WIN)’ 하는 합리적인 경영을 하라 혼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과 손을 잡아서 스마트한 협력을 해야 한다. 나아가 협력 업체 뿐 아니라 고객들까지도 같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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