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은 흔히 볼 수 있는 국내 유명 준중형 2000cc급 자동차인데, 운전석에 앉으니 다르다. 8.9인치 디스플레이가 내장형으로 탑재돼 있고 왼쪽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동글이 있다. 시동을 켜는 법도 다르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시동 버튼을 터치하면 된다. 그렇게 시동을 거니 좌측 디스플레이에 운전자 본인의 정보와 이메일, 타이어 공기압 등의 자동차 상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 운전자 입맛대로 SNS나 이메일, 일정 등을 첫 화면에 띄우도록 설정해 운전자마다 원하는 형태의 화면을 볼 수 있다. 목적지는 미리 설정돼 있다. 탑승 전 스마트폰으로 목적지를 설정해 놓고, 탑승 후 NFC 태깅을 하면서 자동으로 내비 설정이 이뤄진 것. 마찬가지로 탑승 전에 듣고 있던 음악이 자동차에서 그대로 흘러나온다. 기자가 지난 1일 서울 가산동 유비벨록스 R&D센터에서 만나 본, 자동차와 IT 융합으로 만들어진 스마트카 모델이다. 핵심 컨셉트는 ‘연결성’과 ‘오픈 플랫폼’. 연결성이란 기존 자동차들이 폐쇄된 차 내부 공간에서 단순히 물리적인 이동을 중시하는 운송수단 개념이었다면, 스마트카는 통신을 통해 자동차 외부와 연결돼 운전자가 원하는 다양한 정보, 편의, 안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용 유비벨록스 플랫폼사업부 팀장은 “스마트카는 자동차가 더 이상 고립된 공간이 아닌 외부와 소통하는 생활 공간으로 진화한 개념”이라며 “3G나 롱텀에벌루션(LTE) 네트워크를 통해 인터넷과 연결되는 것은 기본으로 블루투스·NFC 기능으로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와 같은 다른 단말기와도 통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결성이 스마트카의 핵심 중 핵심 요소기 때문에, 스마트카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픈 플랫폼은 자동차 기능 버튼들을 터치스크린으로 구현할 수 있는 차량용 AVN(Audio Vedio Navigation) 단말기를 통해 기본 제공되는 기능뿐 아니라 사용자 필요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자유롭게 추가 해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이다. 텔레매틱스, 인포테인먼트 등 운전자에게 기존 자동차와 다른 기능들을 제공할 수 있다.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앱 장터에서 구입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유비벨록스는 차량용 AVN 전용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별도 앱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용 AVN으로 쓰이는 스마트패드 ‘일루미너스 T9’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진저브레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안드로이드용 앱도 사용이 가능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IT와 융합으로 구현되는 기능들이 될 것”이라며 “지난 4월 도요타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는 등 이미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IT 기업과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GM·다임러·폴크스바겐 등 자동차업체와 삼성·LG·노키아 등 11개 IT기업은 ‘카 커넥티비티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포드나 푸조 등 자동차 제조사들도 각기 IT 기업을 파트너삼아 스마트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디어젠은 텔레매틱스용 다국어 음성인식을 위한 미들웨어를 개발했다. 아이폰 ‘시리(Siri)’와 같이 자동차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만큼 똑똑해지는 것. 디지털아리아는 물리적인 계기판을 없애고 디스플레이 하나만으로 속도나 주행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UI프레임워크를 개발을 완료했다. 오비고는 차량 전용 브라우저 ‘W10’을 내놨다. 스마트카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이는 순수전기자동차(EV)에도 IT가 대거 적용된다. 지난달 7일부터 11일까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삼성기술전 2011’에선 삼성그룹 각 계열사가 가진 전기자동차용 기술이 대거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을 비롯해 자동주차와 영상인식을 위한 칩, 운행 및 내외부 환경 정보를 얻기 위한 센서 반도체 등을 대거 출품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차량용 시스템반도체는 미래 반도체분야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이 행사에서 순수전기차용 모터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기존 자동차 내연기관을 대신하는 핵심 부품인 모터에는 전기·구동 기술이 집약돼 있다. 또 삼성LED는 조명 엔진과 자동차용 LED 램프를 선보였고, 삼성SDI는 다양한 용량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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