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500 vs 1000.’ 삼성전자와 애플이 출원한 이동통신 관련 특허 수다. 상대가 안 되는 스코어다. 시장조사업체 체탄샤르마가 집계한 특허 순위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다. 애플은 겨우 31위에 그쳤다. 그런데도 애플은 먼저 삼성에 특허소송을 냈다. 초반 대결에서는 애플이 잇따라 승기를 잡는 양상까지 벌어졌다. 국내외 변리사조차 고개를 갸우뚱 거릴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결국 상호 합의로 끝나겠지만 삼성이 더 많은 로열티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 파워’에서 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애플이 이런 결과를 감수하면서도 특허전쟁을 불사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는 것은 삼성전자 이미지에 타격을 주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으로 공급 받는 부품 가격 인하를 위한 고도 전술로도 풀이된다. 삼성과 파트너십이 깨졌을 때 불어 닥칠 특허공세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애플은 초반 특허전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전략으로 예상 외의 성과를 거둬들였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독일 등지에서 갤럭시탭 판매금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자 “(애플과 특허전으로) 우리 브랜드와 자존심을 잃었다”며 “이동통신 특허뿐만 아니라 삼성이 보유한 멀티미디어 특허까지 동원해 그들(애플)이 한 것처럼 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잠시 소강상태를 걷고 있는 특허전은 삼성전자가 제기한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이 속속 재개되면서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이번에는 삼성이 애플에 판매금지로 맞서는 상황이어서 애플이 곤욕을 치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특허전을 계기로 특허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미래 비즈니스 전쟁에서 특허가 가공할만한 무기라는 것도 인식했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삼성전자 특허 파워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특허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꿰차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노출됐다.우선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특허의 중요성이다. 애플의 주 무기인 이들 특허가 특허전에서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하드웨어와 통신기술 특허에만 주력해온 삼성이 앞으로 이 분야에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은 ‘손안의 PC’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SW 특허 확보는 발등의 불이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같은 특허 전술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차세대 특허 확보도 숙제로 떠올랐다. 4세대 이동통신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가 본격화하면서 LTE폰 관련 특허 확보전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LTE 통신칩을 자체 개발하는 등 LTE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이 분야에서 반격을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3G 통신과 마찬가지로 4G에서도 삼성전자가 특허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반 특허선점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부족한 분야를 보강하고, 미래 분야를 선점하면 특허에서도 삼성이 글로벌 넘버원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삼성 vs 애플 통신 특허 출원 현황 자료:체탄샤르마, 1993~2011년 북미·유럽 특허 출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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