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게임 업계에서 터졌다.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은 사생활 침해와 명의도용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이에 따라 본지는 메이플스토리 해킹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개인정보 정책 방향과 게임에 대한 규제 전반을 검토하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게임 업계가 마치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정부부처별로 정책 방향성이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수집하자니 해킹 위험성이 커지지만, 정부 정책도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무총리실 등을 중심으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통일된 정책수립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필요한 것이다. 주민번호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와 개인정보와 인터넷실명제에 관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 방침을 정했지만, 이는 셧다운제를 추진한 여성가족부의 인증정책과 다소 모순된다. 입법예고한 게임법 개정안을 통해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인증을 담은 문화부 역시 업계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서민 넥슨 대표 역시 28일 기자회견에서 “현행 규정이나 요건상 어쩔 수 없이 주민등록번호는 보관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오래 전부터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게임업체들은 지난 20일 시행된 셧다운제로 인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의 연령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경영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게임 업계 고위관계자는 “개인정보를 아예 수집 안 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하지만 부처 간 상반되는 정책들로 인한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통위는 지난 7월 SK컴즈 해킹사고가 발생한 이후 지난 8월 주민번호 수집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누구나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으나,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행안부 역시 지난 9월 전면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수집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셧다운제 등 개인정보 수집을 의무화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은 개인정보보호라는 글로벌 화두를 역행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16세미만 청소년들의 새벽 시간 게임을 금지시키기 위해 기업들은 성명과 주민번호를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중독 예방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는 게임업체로서는 개인정보 수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규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게임 업계는 정부 기조와 역행하는 실명확인 및 본인인증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본인인증시스템 구축 및 보안강화라는 ‘이중부담’이 나날이 커지는 실정이다. 예컨대 게임사전심의제를 통해 연령별 게임등급제도가 운영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수집이 강제되고 있다. 또 14세미만 청소년의 게임가입 시 부모 및 친권자의 가입동의를 강제하기 때문에 추가적 개인정보 수집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입법학회도 본인인증 조치는 사실상 강제적 인터넷실명제에 해당한다고 규제입법 영향평가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는 등 실효성을 문제 삼아 본인인증 조치를 강화해야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지난 5월 이메일 인증시스템을 도입했던 엔씨소프트는 셧다운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나아가 내년 1월 말 전면시행 예정인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서는 게임 과몰입을 문제 삼아 가입 시 실명·연령 확인 및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에 관한한 기업들은 최선이 아닌 차선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최고의 정책은 정보수집 최소화다. 하지만 정부 부처 간 법과 제도는 업체들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없지 않다.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의 잇따른 규제 일변도 정책 역시 대표적 콘텐츠산업인 게임 업계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김원석·김명희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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