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분기 노키아와 애플을 제치고 휴대폰 매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을 따돌렸다. ‘만년 2인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휴대폰에서도 ‘삼성 천하’를 일궈냈다. 하지만 1인자는 끊임없이 도전 받는다. 영원할 것 같던 노키아가 무너진 것도 불과 1~2년 사이다. 시장을 이끄는 추진력이 떨어지면 곧바로 뒤로 밀린다. 지금까지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였던 삼성의 전략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시장 선도자(퍼스트 무버)가 되지 않으면 힘들다. 삼성의 퍼스트 무버 전략을 5회에 걸쳐 점검해본다.<편집자>
“지금으로선 따라올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당분간 독주체제로 갈 것이다.”(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애플은 클래식 디자인으로 자기 영역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 혁신 경쟁에 뛰어들면 삼성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박병엽 팬택 부회장)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폰 시장 세계 1위에 오르자 내놓은 전망이다. 삼성을 떠났거나 경쟁자로 남아 있지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장의 평가도 비슷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직 애널리틱스(S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4분기 애플이 아이폰4S 신작 효과로 판매가 급등하더라도 삼성을 추월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컨슈머 리포트는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 ‘갤럭시S2’를 꼽았다. 6개월이나 늦게 나온 애플 ‘아이폰4S’는 삼성의 다른 모델에도 못 미쳐 4위로 밀렸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는 불안했다. 아이폰 쇼크에 한국 안방시장까지 내주면서 비상이 걸렸다. 불과 1년 만에 반전 신화를 이룬 원동력은 속도였다. 빠른 추격자 전략이 주효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정말로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것 같다”며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직이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시장의 장밋빛 전망에도 정작 삼성전자 내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노키아가 몰락했고, 리서치인모션은 최근 아성인 미국 기업용 시장에서 애플에 추월당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1년 만에 판세를 뒤집었듯 또 다른 강자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이젠 삼성의 시장공략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는 새로운 시장 선도자에게 일격을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의 전략 변화는 이미 시도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승기를 잡은 갤럭시S2에는 아이폰에는 없는 하드웨어 혁신이 이뤄졌다. 세계 최초로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빠른 듀얼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도 장착했다. 3.5인치 아이폰보다 큰 4.3인치 대화면으로 스마트폰의 대형화도 주도했다. ‘퍼스트 무버’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4세대(G) 이동통신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선도적으로 출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끌 태세다. 구글 차세대 운용체계(OS)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가장 먼저 탑재한 ‘갤럭시 넥서스’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결합한 ‘갤럭시 노트’도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는 아몰레드 스마트패드, 초고해상도 스마트패드 등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비밀병기도 출격한다. 고중걸 로아컨설팅 연구원은 “삼성의 HW 혁신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애플이라는 일반인의 인식이 강하다”며 “삼성만의 아이덴터티(독자성)를 갖춘 스마트폰이 출시돼 시장의 평가를 받아야 진정한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트렌드를 주도할 창조적인 경영 전략은 물론이고 조직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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