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부품 왕국 일본이 흔들린다. 교세라와 TDK 등 주요 부품 업체 실적이 일제히 하락했다. 세트 경쟁력 약화가 부품까지 번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전자 부품 산업 경쟁력 약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중장기적 추세라고 진단했다. 10일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주요 전자 부품 업체 상반기 실적과 연간 전망을 보도했다. 교세라를 시작으로 TDK·일본전산·닛토덴코·무라타·알프스전기·로옴 등 7곳이다. 7개 업체 모두 작년보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세라믹 부품 세계 1위인 교세라는 상반기 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편광판 3강 중 하나인 닛토덴코는 28%, 적층세라믹콘덴서 선두인 무라타 역시 24% 감소했다. 매출도 일본전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향곡선을 그렸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7개 업체가 일제히 예상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 다케우치 도오루 일본전산 사장은 “전반적 상황이 좋지 않다”며 “연말 성수기에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수익 기업의 대명사인 일본전산과 무라타의 수익률은 7%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TDK는 2% 수준, 알프스 전기는 적자 일보 직전이다. 로옴은 연간 180억엔(약 2627억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연간 적자는 1983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실적 악화 원인을 엔고와 지진, 태국 홍수 등 외부 요인에서 찾았다. 교세라는 엔고 영향으로 250억엔(약 3650억원)의 이익이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사와무라 사토시 로옴 사장은 “지진으로 전(前)공정에 타격을 입고, 태국 홍수로 후(後)공정이 멈췄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내부 요인도 크다고 진단했다. 이순학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세트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부품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라며 “세트 경쟁력이 회복이 관건인데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희성 한화증권 스몰캡팀장은 “엔고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느린 납기와 고자세 영업 등 내부 요인도 한몫했다”며 “일본 부품업체가 당장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독점을 깬 한국의 약진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모텍은 스마트폰용 초소형 코먼모드 노이즈 필터를 개발했다. TDK가 독점 생산해온 부품이다. 엘엠에스는 아사히글라스만 만들던 광 픽업용 편광 필터 시장에 진입했다. 씨엔플러스도 일본 독점의 대용량 커넥터를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전자 부품 업계 실적 현황(단위:억엔·%, 괄호 안은 증감률, ▲는 감소) (자료:니혼게이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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