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적인 신뢰의 위기는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고객과 기업, 그리고 외부환경의 빠른 변화는 신뢰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 신뢰 의미 자체도 변모시키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장·단기 대응 방향을 모색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다. 세계 최고 자동차 제조기업으로 부상했던 도요타도 신뢰 상실로 위기를 초래했다. 더 이전 유제품산업을 강타한 멜라민 파동, 유명 완구사 마텔의 중금속 장난감 리콜 사태도 마찬가지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는 신뢰 문제를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키고 있다. 국내서도 대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 저축은행의 뱅크런 사태도 신뢰 상실에서 비롯됐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고객과 함께 호흡하기보다 기업 이윤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더 이상 기업이 성능 좋은 제품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된 ‘희망버스’에서 알 수 있듯이 더 이상 고객과 사회가 직접적인 이해관계 이상의 도덕적 가치를 요구한다. 고객·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지 않는 기업은 존재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다. 최근 수많은 기업이 이 같은 시대 변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회공헌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6월 창립 100주년을 맞은 IBM은 100주년 기념행사로 글로벌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을 실시했다. 6월 15일을 ‘100주년 봉사의 날’로 선언하고 전 세계 지사에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120개 국가 5000개 자원봉사 프로젝트에 직원 30만명과 퇴직자, 고객, 협력사 등이 250만시간을 봉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이 이 행사를 소개하면서 기업 사회공헌의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GE도 2004년 아프리카에서 시작한 의료 지원 및 개선사업을 온두라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으로 확대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세계경제포럼(WEF)은 2008년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을 핵심 의제로 선정했다. 필립 코틀러는 저서 ‘마켓 3.0’에서 시장이 물질적 요구와 감각을 넘어 개인의 자기실현, 공동창조,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영혼의 시대’로 진입함을 주목했다. 그는 영혼의 시대에는 소비자의 지성과 감성, 영혼에 호소할 수 있는 ‘품격 있는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무형 자산의 경쟁 원천도 기술, 디자인에서 사회공헌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이런 경영환경 변화는 경쟁의 본질도 ‘평판’ 즉 신뢰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경쟁력 추구로 변모하고 있다. 단기 이익 추구에서 벗어나 고객과 신뢰를 가장 주요한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 ‘네트워킹 아카데미’는 웹 기반 원거리 네트워크 관리자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의 정보화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삼성전자의 ‘그린 메모리’ 캠페인은 지속성장 가능한 지구환경 보존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세계 최고 명품 패션업체인 LVMH의 ‘메세나 정책’, 호텔체인 메리어트의 빈곤층 음식 및 쉼터 제공, 글로벌 물류업체 UPS의 ‘청소년 안전운전 교육’, 가전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의 ‘재활용 프로그램’ ‘고령자 IT교육’ 등도 맥을 같이하는 사회 신뢰를 얻으려는 기업 활동이다. 엑슨모빌, 로열더치셀, 바스프 등은 대규모 예산을 주요 공헌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사회공헌 담당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파나소닉, 도요타, 가오 등 기업 CEO가 사회공헌 최고책임자 지위를 겸직하며, MS는 전사 법무 부사장이 사회공헌을 총괄한다. GE는 기업시민 부사장이 GE재단 이사장을 겸임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의 지속적인 성장세도 맥을 같이 한다. 미국 SRI 펀드 규모는 지난 1995년 6390억달러에서 2010년 3조690억달러로 연평균 11%씩 성장했다. 1992년 발간되기 시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 보고서도 2000년 800개에서 2010년 5200개사로 증가했다. 2000년 9월 유엔은 새천년 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의 빈곤 퇴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2015년까지 인류가 공동 달성하고자 합의한 8가지 목표를 담아 ‘유엔 새천년 개발 목표’를 채택했다.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1등 기업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고객가치에 반하는 나쁜 이익’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시적으로 고객 신뢰나 가치를 훼손해서 얻은 이익은 오래갈 수 없으며, 결국 고객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순추천지수(NPS) 개념은 고객 신뢰의 중요성을 명시적으로 반영한다. 추천이라는 행위는 대상에 대한 신뢰 없이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도적인 기업들은 친환경, 사회적 책임 등 향후 고객이 신뢰할 만한 속성들을 발굴하고, 먼저 제시함으로써 높은 평판과 성과를 확보할 수 있다. 미래 고객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신뢰 구축을 고민한 것이 앞으로 성공의 열쇠다. 언행일치의 철학과 투명한 프로세스 구축을 통해 고객과 사회의 지속적 신뢰를 확보해야지만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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