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사양산업으로 치부돼 국내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반도체 패키징 산업. 우리나라 반도체 패키징 산업이 다시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고부가가치 패키징이 각광받으면서 한국이 또 한번 패키징 생산 요람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패키징 산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초박형 모바일용 패키지, 적층 패키지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패키징 수요 덕분에 패키징 설비 투자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의 외주 물량이 늘어 중견기업들도 부상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문기업인 STS반도체통신·하나마이크론·시그네틱스의 매출이 반도체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증가했다. 해외 기업들은 한국 생산기지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중견기업 매출 증가세 뚜렷=STS반도체통신은 2008년 1927억원에서 지난해 3727억원으로 매출이 90%나 늘었다. 지난 상반기 매출 증가도 두드러진다. 2033억원을 달성해 처음으로 반기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모바일 메모리 패키징을 시작하면서 수익이 향상된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할 계획이다. 하나마이크론은 지난 2년 동안 매출이 70% 정도 늘었다. 2008년 1472억원에서 지난해 2649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도체 경기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상반기에도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가량 늘어났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외주 물량이 늘어난 덕이다. 시그네틱스는 매출도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대폭 상승한 점이 눈에 띈다. 2008년부터 2년 동안 매출은 1890억원에서 2387억원으로 26%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17억원에서 301억원으로 39% 증가했다. 2분기는 매출액 733억원과 영업이익 91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거뒀다. ◇공격적인 투자도 진행=매출증가와 함께 일어난 공격적인 투자는 한국 반도체 패키징 산업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STS반도체통신은 지난해 298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에는 483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충한다. 하나마이크론은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비중을 늘리기 위해 생산시설을 증설,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생산능력은 연간 14억개 수준이었으나 지난 상반기에는 연간 18억개 수준으로 늘어났다. 시그네틱스도 올해 37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 덕에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수주를 받을 수 있었다. 앰코코리아는 지난해 광주 공장을 증설하면서 생산능력이 급격히 늘었다. 광주공장에서만 매출 1조원이 가능할 정도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이 회사는 필리핀 등지에 공장이 있지만 TMV(Through Mold Via) 등 첨단 제품은 한국이 가장 뛰어나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 생산 규모를 키웠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패키징 기업인 ASE의 한국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확한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파주에 있는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추가 증설도 검토 중이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지난해 패키지 물량 증가에 따른 증설과 테스트 사업 확대를 위해 한국에 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하이닉스 패키징 부분이 모태가 된 회사로, 싱가포르의 스태츠와 칩팩이 합병해 나온 회사다. 앰코코리아 관계자는 “해외에 많은 공장들이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는 섬세한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제격”이라며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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