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투글로벌(Born To Global) 스타트업이 새로운 한국형 벤처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돈, 아이디어 그리고 기업가정신만으로는 부족하다.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미국 벤처기업 성공스토리를 읽다보면 빼 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엔젤(개인)투자자’다. 그들의 역할은 단순히 자금줄이 아니다. 경험이 태부족한 창업가들에게 사업·경영 방향을 제시한다. 부족한 인력을 찾아주고, 때론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확보해준다. 인지도 확보도 빼 놓을 수 없다. 스펙이 뛰어나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고객접근이 어렵다. 이들에게 명성을 쌓은 엔젤투자자가 참여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키슨이 대표적인 예다. 수많은 초기 스타트업기업을 키운 엔젤투자자다. 투자를 받는 순간 해당 기업은 성공반열에 오른다. 투자자, 산업계 관심이 쏠린다. 회사 가치는 바로 급상승한다. 스타트업 투자가인 제프 클라비어 소프트텍 VC 파트너(창업자)는 “엔젤투자자는 회사에 가치를 부여하고, 성공적인 딜(매각·M&A)을 성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엔젤투자 시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엔젤 투자는 326억원에 머물렀다. 2000년 벤처 붐 당시 5500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1도 안된다. ‘한국에 엔젤투자자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엔젤투자 시장규모는 벤처캐피털 시장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 벤처캐피털 시장규모는 233억달러(약 25조원)였다. 인수합병(M&A) 활성화도 중요하다. 엔젤투자와 함께 한국 벤처생태계에 있어 가장 큰 취약점이다. 스타트업 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인수전에 뛰어들거나 매각 후 새로운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꿈꾸는 본투글로벌 스타트업기업에게는 필요성이 더 크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기업과 손을 잡거나 인수·매각을 타진해야 한다. 미국 벤처생태계가 꾸준히 성장·발전하는 비결로 전문가들은 활발한 M&A시장을 꼽는다. 해외 네트워크 중요성도 거론된다. 기술 트렌드 변화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어제 고급정보가 내일 낡은 정보가 된다. 어떤 정보를 채택하느냐 따라 기업 명운이 갈린다. 더 빨리 정보를 얻기 위해 고국 또는 자신이 활동하던 지역을 버리고 실리콘밸리로 달려가는 이유다. 고산 타이드 대표는 “국내에서 해외 사정을 파악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현지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기존 기업과 연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자영 세종대 앱특화 창업보육센터 지원실장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중요하다. 현지 문화와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청년 창업자들이 해외진출에 성공한 기존기업들의 인턴 형태 등으로 현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중기청이 추진하는 실리콘밸리 창업 지원제도는 의미가 크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현지 스타트업 기업과의 경쟁에 한발 더 다가설 절호의 기회다. 이를 통해 본투글로벌 스타트업이 세계적 성공을 거두는데 있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다. 김준배·정진욱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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