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지털카메라 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대지진으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었고, 스마트폰 붐이 보급형 카메라 수요를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니콘만 ‘나 홀로 성장’의 콧노래를 불렀다. 디지털카메라를 주력인 일본 정밀기기 업계의 2분기 실적은 말 그대로 하락 일변도다. 업계 1위 캐논을 시작으로 후지필름과 리코, 올림푸스, 코니카미놀타가 하나같이 매출과 이익 모두 떨어졌다. 캐논의 2분기 매출은 8365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떨어졌다. 538억엔의 이익은 작년 2분기보다 20%나 줄어든 금액이다. 후지필름과 리코의 매출도 각각 5301억엔과 4661억엔으로 1년 전보다 3%씩 낮아졌다. 리코 이익은 1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올림푸스와 코니카미놀타 역시 매출은 4%씩 줄어든 1985억엔과 1862억엔이다. 두 회사는 이익 감소에 그치지 않고 적자로 전환됐다. 코니카미놀타는 연말까지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일본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부진은 지난 3월 대지진과 스마트폰 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지진으로 반도체 등 부품 조달이 난항을 겪었다. 디지털카메라 업계의 지진 피해는 약 960억엔으로 보인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보급형 디지털카메라 시장 잠식이 더해졌다. 환율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2분기에 엔고 영향으로 280억엔의 이익이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리코 미우라 젠지 부사장은 “엔고는 당분간 감수해야 할 과제이며 북미와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도 각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니콘은 유일하게 성장곡선을 그렸다. 니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한 2455억엔이다. 이익은 306억엔으로 작년 2분기보다 무려 3.8배나 증가했다. 이 회사는 연말까지 9900억엔의 매출과 600억엔의 이익을 자신했다. 니콘의 성장 요인은 디지털일안반사식(DSLR)카메라 덕분이다. 한 단계 높은 품질의 사진을 원하는 수요가 DSLR 판매를 촉진했다. 니콘의 DSLR 매출은 2010년 2분기보다 30% 증가한 136만대에 이른다. 지진 영향도 다른 업체에 비해 적었다. 이토 준이치 니콘 부사장은 “5월 공장 가동률을 지진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70%나 늘어난 반도체 노광 장비 매출도 실적 호조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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