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조선소라고요?” 지난 14일 오후 12시 30분. 로비에 들어서니 피아니스트가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이 들려온다. ‘대우조선해양’이라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오가는 것을 보니 분명 조선소다. “감성과 IT가 접목된 꿈의 R&D 공간으로 조성했죠. 이제 딱딱한 조선소 이미지는 잊으세요.” 안내를 돕던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로비 한쪽의 카페에서 가져온 커피 한잔을 건네며 말했다. 이곳은 올 초 설립된 2개동 규모의 신규 R&D센터 ‘오션 프라자’다. 한 동은 협력사 엔지니어들이 모인 ‘하모니(Harmony) 센터’, 또 한 동은 대우조선해양 엔지니어들이 근무하는 건물이다. 약 4000명이 일하는 두 건물 전체에 와이파이가 설치됐고, 해외 R&D 담당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첨단 영상회의 시설도 갖췄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산업에 필수적인 3D 설계물 등을 해외 관계자들과 영상회의로 공유하며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따른 해외 조선IT 수출건에도 이 영상회의가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차세대 먹을거리인 풍력 사업 등을 논의할 때도 독일 현지와 서울 본사, 또 이곳 거제에 있는 관계자들이 영상회의로 얼굴을 마주한다. 더 놀라운 것은 140만평 부지를 끼고 바다를 마주 본 옥포조선소 현장이다. R&D센터를 나와 야드(Yard) 투어 승합차를 타고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도장공장. 배에 페인트를 칠하는 이 공장은 스스로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설계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조선업계 최초로 자체 접목한 ‘에너지관리시스템’ 덕이다. 본래 도장공장은 조선소 내 ‘에너지 먹는 하마’로 분류될 만큼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가스를 빨아들이고 습기를 제거하기 위한 각종 시설이 전기와 LPG를 먹어댄다. 최근 2개 도장공장에 적용된 에너지관리시스템은 공장 전체의 설비들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알아서 측정하고 통제해 최소의 에너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다. 시스템 개발을 주도한 한상윤 대우조선해양 차장은 “조선소 내에서 공기 압축기와 도장공장의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다 IT를 접목하게 됐다”며 “에너지 절감 효과와 효율적 관리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는데 이미 절감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작업자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기계를 끄며 에너지를 줄이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부터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전 공장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이미 보일러·조명 등 분야별로 자동 절감 시스템을 적용한 데 이어 조선소 내 모든 에너지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똑똑한 도장공장에 이어 도착한 곳은 절단 공장. 배 만드는 데 필요한 철강 등 재료의 절단 작업이 이뤄지는 거대한 공장 내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플라즈마 자동화머신’이라 불리는 자동화된 로봇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절단 과정은 모두 디지털로 이뤄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설계도에서 전송된 디지털 신호가 ‘스펙’을 전달하면 로봇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절단해 냅니다. 사람이 할 일은 다 절단된 철재에 손실률을 줄이기 위해 약간의 표시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렇게 절단된 부품들을 포함해 다양한 부속물들은 전자태그(RFID)가 부착된 운반물에 얹어져 조선소 내 적재적소로 이송된다. 중앙 시스템을 통해 검색하면 RFID 덕분에 어디에 어떤 부품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물류 흐름까지 한눈에 관리할 수 있다. 디지털 공장과 디지털 물류로 이뤄진 스마트 야드를 누비다 보니 어느덧 거대한 도크(dock) 사이로 큰 선박들이 따가운 햇볕을 받고 있었다. 도크는 바닷물을 빼고 그 공간에서 선박을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다. 도크에 다시 물을 들여오면 다 제조된 선박을 바다에 띄울 수 있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세계 최대 규모(길이 530m×폭 130m) 도크는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도크에 도착한 오후 3시께. 속을 드러내 보이며 조립되고 있던 가장 큰 배는 쿠웨이트로 인도될 붉은 색 대형 유조선이었다. 이렇듯 긴 도크와 공장 사이를 오가는 작업자들과 부품 이송 차량들은 140만평 부지 조선소 곳곳을 누비기 때문에 모바일용 사내 포털인 ‘M포털’에 접속해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자동차 생산라인처럼 어제 일한 장소에서 했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장소에서 어제 했던 일과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곳이 조선소지요. 모바일 업무는 생산성 향상에 필수입니다.” 서흥원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장은 조선소 현장 직원 특유의 이동 업무를 위해 곳곳에 무선랜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필요한 부품이 어디에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현재 상황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앱, 위험한 중장비가 다가올 때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앱 등 조선소에 흩어진 현장 작업자들을 위한 모바일 앱이 이미 10개가 넘는다. 더 나아가 설계 도면을 스마트패드(태블릿PC)로 확인하면서 업무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업무 환경도 고민하고 있다. 넓은 조선소를 누비느라 해질 무렵에서야 탐방을 마치고 나왔지만 ‘디지털 조선소’의 풍경이 멀어질수록, 조선 대국의 앞날은 더 밝아 보였다. 거제(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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