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삼성탈레스는 제품정보를 통합관리하고 개별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형상관리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TOPS(Total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System)’로 이름 붙여진 이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9개월 동안 추진돼 올 1월부터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삼성탈레스는 사격통제, 지휘통제, 해군 전투체계, 감시 및 정찰, 통신 솔루션 등 방위산업의 핵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추진된 가장 큰 목표는 개발의 업무 순서와 방법, 데이터에 대한 모든 규칙을 정립하고 이 과정을 문서화해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도 신뢰성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영균 삼성탈레스 부장은 “제대로 된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원칙’을 세우는 것”이며 “개발부터 유지보수 등 전 제품 수명주기에 걸쳐 세부 원칙을 세우고 이를 자동화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IT 프로젝트의 개념이 ‘효율’을 따졌다면, 사실 이 프로젝트는 업무의 ‘룰과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기본부터 다시…툴 선정도 신중히=삼성탈레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기존 형상관리의 실태와 사례,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했다. 그 결과 형상관리를 위한 IT 체계가 미흡하고 시스템 사용자들의 불만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정보가 여러 시스템마다 각기 분산돼 있는 데다 업무 자동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기준정보 표준화 △제품정보 통합 △엔지니어링 업무 자동화 △프로세스 통제 등을 골자로 한 10가지 개선과제를 정하고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수많은 개발 정보의 기준을 다시 세우고 개발 프로세스도 재정립했다. 모든 제품의 등록 시점부터 ‘어떤 문서를 필수적으로 만들어야 할지’도 다시 정립하고 문서 유형에 따른 세부 유형도 재정의했다.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지난해 초 솔루션 평가를 진행했다. 적합한 툴로는 지멘스의 팀센터8.1 버전을 선정했다. 툴 선정 배경에 대해 김 부장은 “글로벌 표준을 준수하면서 국방 무기체계의 라이프사이클을 접목할 수 있는지를 가장 큰 요소로 살폈다”며 “기존 시스템에 거부감을 갖던 엔지니어들에게 한층 친화적인 사용자환경(UI)도 중요한 항목이었다”고 설명했다. 삼성탈레스는 이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된 요소 가운데 하나로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듯한’ 툴 선정 과정을 꼽고 있다. 툴 평가 과정에서 현업 기술검증(POC) 인력이 20명 이상 참여해 객관성을 확보했다. 툴 선정 이전에는 시스템 운영개념과 주요 운영기준을 확정해 향후 로드맵 추진과 시스템 개발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선정 당시 라이브 데모를 통해 검증작업도 거쳤다. ◇포털 하나로 다양한 시스템 및 각 부문 연계=삼성탈레스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TOPS 포털을 구축해 개발 전 과정을 한 눈에 보이도록 했다. 포털 화면을 통해 과제 진척율, 계획 산출물도 공유하고 배포서 접수, 자재발주현황 및 지표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프로젝트 별로 제품·모델을 지정하고 제품 구조와 형상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개발에 대한 변경관리가 가능해 진 것도 중요한 요소다. 김 부장은 “군수 물자의 보급과 변경 이력관리를 위한 ‘추적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어떤 제품을 어떻게 수정했는지 이력이 관리되면서 품질 수준과 신뢰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간 연계도 핵심 과제였다. E-자재명세서(BOM) 시스템 등을 연계해 형상자료를 모두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과도 이어 양산이 확정되면 이 정보가 바로 ERP로 전송된다. 개발 과정에서 구매 정보가 연계된 것이다. 김 부장은 “이전에는 엔지니어들이 문서를 등록하려면 제품데이터관리(PDM) 시스템에 접속하고, BOM을 등록하려면 ERP에, 또 구매 의뢰를 하려면 ERP에 접속했는데 이제는 엔지니어들이 TOPS에만 접속하면 기본적인 대부분의 일들을 다 처리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관리도 중요한 분야 중 하나였다. 최근의 전투 개념은 소총을 들고 싸우기보다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된 ‘IT 대전’을 방불케 하는 만큼 대부분의 무기 개발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은 매우 핵심적 요소다. 이에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도 TOPS에서 통합 관리되도록 하고 변경관리와 저장, 자료 유실 등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사내 및 사외 협업 환경 혁신=무기는 양산 이후에 정비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개발 당시부터 양산은 물론 정비를 위한 조건이 감안돼야 한다. 나중에 무기를 분해해 고쳐야 하는데 분해할 수 없도록 개발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개발 단계에서부터 ‘대량 양산이 가능한지’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생산 부문과의 공조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에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오프라인으로 도면을 출력해 생산 부문 및 정부 부문과 서로 컨펌하고 수정사항이 있으면 다시 개발에 반영했다. 프로젝트 이후 이제는 TOPS를 통해 손쉽게 정보를 공유하고 개발 주기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사내 협업 수준이 높아진 것은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효과다. 뿐만 아니라 ‘전자배포’ 기능은 사외 협력업체들과의 협업을 원활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김 부장은 “기존에는 하드카피를 배포하다 보니 누락되거나 잘못 전달돼 다시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이제는 시스템으로 실시간 원본이 동기화되니 더 정확한 정보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처럼 엔지니어가 상사 승인없이 외부에 문서를 보낼 수도 없게 됐다. 부서 간 정보공유의 수준은 높이면서 보안은 강화한 것이다. 기술문서의 전자배포를 기능을 탑재하면서 상사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전자배포 방침도 새롭게 정했다. 사외 배포시 디지털저작관리(DRM)도 적용시켰다. 삼성탈레스는 향후 1~2년 시스템 안정화에 주력한 이후 무기 전체 수명 주기 관점에서 유지보수가 보다 강화될 수 있도록 이 시스템을 보다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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