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 후지은행, 제일권업, 일본흥업은행 등 3개 은행이 합병해 일본 최대은행으로 탄생된 미즈호은행의 통합정보시스템이 가동됐다. 그러나 가동 첫날부터 전산장애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물론이고 온라인 및 일부 창구거래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됐다. 당시 미즈호은행의 전산장애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미즈호은행 주가는 폭락해 단 며칠 만에 시가총액의 20%가 사라졌다. 지금도 일본 금융인에게는 미즈호은행의 IT통합은 최악의 실패 사례로 기억된다.
#지난 2003년 조흥은행과 합병한 신한은행은 이후 두 은행 간의 IT통합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도 두 은행의 입장이 너무나도 상이해 어느 한쪽의 정보시스템을 IT통합 기반으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빼든 칼은 기존의 모든 정보시스템을 버리고 새로 통합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결국 신한은행은 수천억원을 투입해 기존의 신한도 아닌, 조흥도 아닌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위 두 사례는 인수합병(M&A) 후 IT통합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로 인해 최근 M&A를 성사시킨 기업들 중에 PMI(Post Merger Integration)를 진행하면서 IT통합을 전사 핵심과제로 선정해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또 과거와 달리 M&A를 위한 사전실사(Due Diligence)에서도 IT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IT통합에 대한 전사적인 고민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듀 딜리전스’부터 IT영역 정확히 분석해야=일반적으로 기업 간 M&A가 이뤄질 때면 사전에 ‘듀 딜리전스’라는 단계를 갖는다. 이를 통해 인수할 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재무상태나 비즈니스 및 자산 현황에 대한 사전실사를 진행한다. 여기서 인수가격과 인수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이후 인수가 결정되면 PMI팀을 구성해 실제 합병법인이 출범하게 되는 ‘데이원(Day-1)’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준비과정에서 IT는 대부분 배제돼 왔다. 그러다 보니 IT통합은 전사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IT적인 시각으로만 이뤄지게 됐다. 이로 인해 데이원이 당초 취지와 달리 합병법인 출범을 위한 급급한 IT통합이 되고 만다. 결국 대부분의 IT통합 과제는 전체 정보시스템 통합이 완료되는 ‘데이투(Day-2)’로 몰리게 된다. 초기부터 IT가 합병 주체로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점이다. 이러한 M&A에 대해 PMI 전문 컨설턴트들은 IT통합을 위해서는 듀 딜리전스 단계부터 철저하게 IT분석을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를 통해 △IT투자비용 포트폴리오 △IT소싱 현황 △IT역량 △애플리케이션 및 IT인프라스트럭처 적정성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IT투자비용에 대해서는 지난 몇 년간 IT비용 추이 분석과 IT중장기 전략 및 연간 IT사업계획을 반영해 분석해야 한다. 또 IT투자에 의한 최적의 비즈니스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예산과 운영예산을 분리해 확인해야 한다. IT소싱에 대해서는 핵심 소싱 계약 내용, IT서비스를 소싱하고 있는 파트너 및 선택 방법, 소싱 계약에 따른 이점과 불리한 점을 분석해야 한다. IT역량은 IT의사결정, IT전략수립, 솔루션 개발, 아키텍처 관리, IT서비스관리, IT리소스관리 등을 위한 조직, 프로세스, 인력구조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목적에 따라 IT영역에 대한 PMI 범위와 수준도 마련돼야 한다. 단순히 경영권 인수만을 위한 것이라면 합병 회사 간의 회계 및 경영정보시스템에 대한 통합만을 고려하면 된다. 그러나 전사적인 합병 시너지를 고려한다면 전체 정보시스템과 프로세스에 대한 통합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원과 데이투에 대해 각각에 맞는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데이원은 조직과 대고객 단일 서비스를 위해, 데이투는 정보시스템과 프로세스 통합 관점에서 고민돼야 한다. 이승훈 딜로이트컨설팅 이사는 “M&A 후 IT통합은 고객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면서 “단계적인 IT통합을 통해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IT통합 유형 크게 4가지로 분류=M&A에 성공한 국내기업들의 IT통합은 크게 4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첫째는 인수한 기업의 IT체계를 기반으로 피인수 기업의 조직과 프로세스, 정보시스템을 통합하는 형태이다.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IT통합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또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한 글로벌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옛 밥캣)에 대한 IT통합도 이러한 방식이다. 이는 통합 절차를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피인수 회사의 직원들로부터 고용불안 등 내부 저항을 일이 킬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두 번째는 피인수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IT통합을 추진한 뒤 인수기업의 일부 IT정책을 반영토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할 당시 적용됐다. 당시 국민은행은 주택은행의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IT통합을 이뤘다. 여기에 국내 정보시스템 기반이 없는 외국계은행이 인수할 경우에도 이러한 방식이 적용된다.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스탠다드챠터드은행이 각각 옛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이 방식을 적용했으며 이베이가 옥션과 G마켓을 인수했을 때도 이 방식을 적용했다. 세 번째는 기존 시스템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신한·조흥은행의 통합 차세대시스템이 이러한 예다. 당시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의 IT통합 과정에서 옛 조흥 인력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신시스템 구축을 선택했다. LG이노텍이 LG마이크론과 합병 후 IT통합을 추진할 때도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을 모두 새로 구축했다. 이외에 M&A 후에도 IT통합을 추진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는 경영권만 인수 했다던가 피인수 기업이 기존 사업영역과 겹치지 않은 경우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IT통합이 그룹웨어나 경영정보시스템 통합 정도에서 그치고 만다. 현재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이 쌍용자동차를, 포스코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을,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데 이어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앞두고 있다. 또 우리금융지주 금융계열사들과 대한통운,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도 매각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향후 인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M&A에 따른 대규모 IT통합이 추진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를 완료한 포스코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IT조직 통합에 대한 논의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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