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렵 등 전 세계적으로 최소 12개 국가의 20개 사업자가 IPTV·위성방송·케이블TV·지상파방송·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VoIP)를 선택적으로 결합한 ‘하이브리드(Hybrid) 방송’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용자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방송 서비스는커녕 사업자 간 영역 다툼과 갈등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15일 본지가 미국·유럽 등 지상파, 이동통신사업자, 케이블TV사업자, 위성방송 사업자들의 서비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처럼 하이브리드 방송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이미 불분명해진 상황에서 특정 서비스만으로는 이용자 편익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라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상품을 두고 사업자 간 갈등만 고조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시대적 변화를 무시한 채 주무부처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어 자칫 한국이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은 3개 사업자가 실시간 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 형태의 IPTV를 결합한 상품을 이미 내놓은 상황이다. 러시아도 3개 사업자가 하이브리드 방송 서비스를 연내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는 2개 사업자가, 체코·핀란드·폴란드·스웨덴·터키·덴마크는 1개 사업자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연내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국가별로 상품 구성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실시간 채널은 위성·케이블TV·지상파방송으로 구성하고 △VoD와 양방향 서비스는 IPTV 채널로 이원화한 뒤 △인터넷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한 방식이다. 서로 다른 방송 플랫폼 간의 장점만을 결합해 투자비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방송·통신 진영 간 협력과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영국의 위성방송사업자 비스카이비(BSkyB)는 인터넷 기업인 ‘이지넷(Easynet)’을 인수해 위성방송과 IPTV, 초고속인터넷 등을 묶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프랑스의 기간통신사업자인 프랑스텔레콤(FT)은 서비스 커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IPTV 채널과 위성상품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서비스를 내놓은 상황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 350만명 중 26%인 91만명이 이를 쓰고 있다. 영국 BBC는 지상파방송사, 통신사, ISP 업체 7개를 묶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도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KT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사업자 자격 논란을 벌이면서 법정 소송을 벌이는 등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의지도,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방통위 측은 “정부도 고민하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문제가 해결되기는 힘들 것인 만큼 자체적으로 해결을 유도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정부가 할 일은 별로 없다”고 고심의 단면을 내비쳤다. 실제로 OTS 등 하이브리드 방송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IPTV, 케이블 등을 총괄할 통합방송법을 제정해야 하지만, 방통위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대한 규제를 통합방송법에 포함시킬 것인지도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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