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시대를 맞아 모든 것이 순항을 거듭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모바일 단말기와 서비스 출현으로 통신망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한 축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졌던 와이브로는 기대만큼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방통위가 옛 정보통신부 시절을 포함해 지난 6년간 공을 들였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방통위로서는 와이브로 정책방향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와이브로는 지난달 말로 KT와 SK텔레콤의 의무투자 이행기간이 종료됐지만 누적가입자 수는 50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사업허가 당시 나온 전망치의 10%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지난 2009년 방통위가 ‘와이브로 활성화 종합정책’을 내놓는 등 그간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책이 나왔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와이브로의 전국 서비스망이 부실했던데다 음성통화 기능이 없어 이용자들에게는 그저 추가비용을 내고 선택하는 부가서비스 정도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와이브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와이브로 기반 제4이동통신사업자 인가작업도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와이브로 사업자의 의무투자 이행기간이 만료되고 내년 3월이면 주파수 할당기간도 끝날 예정이어서 방통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사실상 사업자에게 와이브로 투자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진 상황에서 주파수 재할당 심사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등 변수가 많아졌다. 일각에서 투자가 미흡한 사업자의 주파수 일부를 회수해 투자를 독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아직 방통위는 구체적인 향후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방통위는 와이브로에 대한 활성화 의지를 접은 것은 아니라고 밝힌 상태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와이브로는 절대 실패한 것이 아니다”며 와이브로가 LTE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와이브로 문제는 방통위의 책임으로 귀결되고 있는 모양새다. 차세대 통신서비스로 와이브로를 정책적으로 내세운 것도 정부고, 지금의 논란 국면 또한 정부가 초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와이브로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추구하면서 기존 통신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준 것이 첫째 잘못이고, 사업자들의 사업이행 점검과 이에 따른 엄격한 컨트롤을 못한 것이 두 번째 잘못이며, 따라서 이러한 현재의 결과는 사필귀정이라는 것이다. 현실에서 SK텔레콤은 와이브로를 주파수 확보 차원에서 붙잡고 있는 상황이고, KT는 KTF와의 통합 이후 와이브로에 음성통화 지원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서비스 활성화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사업자를 등장시키지 않고는 기득권을 쉽게 돌파할 수 없다는 진리만 일깨워준 셈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여러 방향으로 향후 정책 마련을 고민 중”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전문가들은 “애플 스마트폰, 스마트패드의 성공은 와이브로의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면서 “그런 점에서 보면 아직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애플의 성공은 곧 우리 정부와 기득권에 갇힌 우리 기업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도 “아직도 LTE의 안정화 및 실질적인 서비스는 2~3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만큼 와이브로 전략의 재점검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창은 아직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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