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들의 해외기업 유치 경쟁 열기가 지진에 민감한 반도체 및 부품소재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달 30일 KT와 합작으로 경남 김해에 IDC 설립을 발표하며 “데이터센터의 탈일본이 불가피하다”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말 한마디가 전국 지자체의 일본기업 유치전에 불을 댕기는 도화선이 됐다.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 기업의 대한국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그간의 막연한 기대를 일본의 대표적인 IT기업이 확인해 준 셈이어서 여파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급부상하는 남해안권=일본 지진사태 이후 일본 기업의 투자 문의 및 현지 방문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부산과 경남, 전남을 잇는 ‘남해안권’이다. 이곳은 일단 일본과 가깝다. 김해공항, 사천공항, 부산항, 광양항 등 공항과 항만을 지근거리에 두고 크고 작은 산업단지가 두루 조성돼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마산자유무역지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등 국내 대표적인 경제자유구역의 입지도 강점이다. 산업 인프라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 최고다. 창원은 국내 최대 기계산업 중심지고, 사천은 항공우주산업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광양만권 또한 조선, 철강 등 국내 중화학공업의 신흥 중심지라 불리기에 손색없다. 일본 기업들이 가까운 거리에 잘 발달한 교통, 투자 입지 여건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지역이라 평가하는 이유다. 또 부산 송정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연결하는 광케이블의 시작점이다. 소프트뱅크 IDC의 경남 김해 입지 또한 김해공항의 근접성과 함께 한일 해저광케이블 설치·운영 거점과의 지근 거리도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2의 일본발 IDC는?=남해안권의 부산, 경남, 전남은 이번 일본 기업의 해외 투자 확대를 지역산업 발전의 최대 호기로 여기고, 지자체와 산하 기관, 민간 기업 등 전방위 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도시, 한일 해저광케이블 시작점, 풍부한 고급 인력과 시장 등의 강점을 내세워 소프트뱅크와 같은 일본 대형 IT기업은 물론이고 일본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신규 IT서비스 거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과 강서 지역의 신규 산업단지에 일본 부품소재기업의 제2 생산거점 마련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및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 기업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일본반도체벤처협회(JASVA)와 교환한 MOU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경남도는 시군별 기초지자체의 자체 일본 기업 유치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경남 창원시를 비롯해 함안군과 하동군 등 5개 시군은 최근 일본기업 유치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고, 도와 협력해 일본에 투자단을 파견하는 한편, 일본 기업의 국내 현장답사 및 투자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또한 최근 일본 전담 TF를 구성하고, 투자유치단 파견 규모와 회수도 대폭 늘렸다.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에는 최근 일본 기계·자동차 부품 기업에서 30여건의 입주 문의가 들어와 있는 상태다. ◇지자체 간 일본기업 유치전 치열=지자체 간 일본 기업에 대한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충남도는 이달 초 일본 도쿄와 나고야에 있는 자동차 및 석유화학업체 4곳에 투자단을 긴급 파견해 투자 의사를 타진했다. 도는 연내 천안 5산업단지를 일본 부품소재 공단으로 지정받아 전자, 제조, 자동차 업종의 일본 기업 유치 활동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는 하반기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대상으로 투자단을 파견해 자동차 부품 등 첨단 부품소재 업체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대구시는 지난 4월 초 일본 전문가들을 초청해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 전략을 분석하는 한편, 일본 우수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산업별 대책회의를 갖고 새로운 전략 마련에 나섰다. 경북 구미시의 경우 지난달 27일 일본 부품기업인 21명이 방문해 부품소재 전용공단 등을 둘러보며 투자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는 올 초 나고야에서 투자환경설명회를 개최하고 다이에제작소 등 금형기업 3개사, 연구소 2개소 등 모두 2250만 달러의 투자 MOU를 교환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자체 관계자는 “이외에 울산시는 2차전지, 태양전지 등 에너지 분야 기업과 R&D기관, 제주도는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일본국립유전학연구소 유치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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