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어답터’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비싸게 구매한 제품은 몇 주가 채 지나지 않아 헐값으로 떨어지고 신선한 디자인도 금세 진부하다고 평가받는다. 믿고 구매했던 ‘빠른’ 지지가 배신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큰 것. 15일 IT월드는 얼리어답터의 치를 떨게 했던 ‘저주받은 IT기기 10선’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1998년에 나온 ‘애플 아이맥 G3’다. 애플이 첫 올인원(All-in-One) 컴퓨터를 내놓자 반응은 뜨거웠다. 절대 구식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투명한 용기와 컬러풀한 색감, 하지만 애플은 출시 8개월 안에 3번이나 스펙을 바꿨다. 만약 첫 구매자가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233MHz CPU의 투명 하늘색 컴퓨터 대신 333MHz CPU에 5가지 색 중 하나를 ‘골라’ 선택할 수 있었다. 새 천년을 맞아 나온 제품이 형편없다면? 윈도 밀레니엄 에디션(Me)은 출시됐을 때부터 버그 덩어리였다. 지금에야 모두가 알지만 당시 사람들은 ‘윈도Me는 흑사병같은 존재니 무조건 피해라’라는 말보다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애써 포장했다. 얼마 전 한 잡지사는 윈도Me 제품을 ‘전대 미문 최악의 기술품’으로 선정했다. 2002년 블랙베리 제조사인 림(RIM)의 행보는 우아하지 못했다. 당시 림의 첫 휴대폰인 블랙베리 5810은 음성기능이 불완전해 구매자들은 유선 이어폰을 사용해 통화해야만 했다. 3개월 뒤 이들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림에서 유선 이어폰이 없는 3종의 신제품을 바로 내놨기 때문이다. HD DVD는 도시바와 우군들이 집중적으로 지원하던 차세대 DVD 기술이었다. HD DVD는 2006년부터 2년간 블루레이와 힘겨운 차세대 DVD 포맷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워너 브라더스사가 콘텐츠를 블루레이로 바꾸면서 참담히 패하고 말았다. 그때 구입한 사람들은 HD DVD를 장식품으로 놔두고 있다. 그렇다면 블루레이가 대세가 됐을까. 2007년 경 블루레이 플레이어 1.0을 구입한 소비자의 심기도 불편했다. 구입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개발사들이 경쟁적으로 신기술을 선보인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기존 블루레이 플레이어에서 가동되지 않았다. 심지어 펌웨어 업그레이드도 불가능해 ‘헛돈’만 날린 셈이었다. 2007년에 나온 최초 아이폰도 얼리어답터를 황당하게 했다. 애플은 이 제품을 599달러에 내놓고는 2개월만에 내장되어 있는 게임 기능과 용량을 업그레이드했다. 가격은 무려 399달러까지 내렸다. 애플 매니아들 중 한 여성은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애플이 내놓은 반응은? 고작 100달러 보상이었다. 비디오 게임 콘솔은 항상 비싸지만 2007년식 MS의 엑스박스(Xbox)360은 더했다. 게다가 레드 링 오브 데스(RED RING OF DEATH)라고 불리는 고장은 빈번했는데 한 보도에 따르면 고장률이 33%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기 모델에 가장 큰 문제점이 있었으니 바로 HDMI 단자가 없었다. 전자책 리더인 아마존 킨들은 ‘가격’ 때문에 얼리어답터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2009년 2월 359달러의 고가로 출시된 킨들은 5개월 후 299달러로, 2010년에는 189달러로 출시되더니 6월 와이파이까지 되는 모델이 139달러로 내려갔다. 리콜이 일어나는건 달갑지 않지만 파워 플러그나 배터리 용량 등 ‘작은’ 부품 때문에 생기는 건 그럭저럭 참을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출시된 인텔 샌디 브릿지 프로세서가 리콜된다면? 당신은 컴퓨터 전체를 수리해야 한다. 지난 2월 새로운 메인보드인 인텔의 6시리즈 칩세트는 SATA컨트롤러와 결함을 일으켰다. 인텔은 ‘우리의 명백한 설계오류’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지 않은 마이크로SD, 4G 네트워크 등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모토로라 줌(Xoom)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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