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금융감독 시스템 쇄신과 관련, 검사·제재권을 지금처럼 계속 일원화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분산시킬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외부 검사권 부여를 통해 ‘크로스체크’ 기능을 강화하되, 현 감독 체제는 유지하는 쪽으로 논리 전개를 하고 나선 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은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공정성을 지킬 수 없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총리실 금융감독 혁신테스크포스(TF)도 “논의의 경계선을 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다음달 내놓을 종합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독권력 더 늘려선 안돼”=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총리실 TF가 첫 킥오프 회의를 가진 9일 오찬간담회에서 “금융감독원에 대한 채찍이 시스템 자체를 깰까봐 걱정”이라며 “잘 하라고 혼내는 건데, 그 기능이 죽으면 그 순간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한 쪽의 감독이 잘못되더라도 그 잘못을 잡아 낼 수 있는 검사가 병행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처럼 감독시스템이 잘못됐으니 무조건 다른 곳에서도 검사를 하라는 것은 우리나라 금융개혁 시계를 한참은 거꾸로 돌리는 것이란게 위원장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전문 인력과 기능을 활용해 공동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필요하면 한국은행도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외부 회계법인에 위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행 감독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어선 안된다는 논지다. ◇“현 감독시스템 공정성 잃어”=금융위와 금감원의 이같은 현실 인식과 판단은 ‘균형감을 잃은 아집’이라는 게 외부의 시선이다. 감독권에 관한 한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한국은행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내심 호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에 직접 검사권을 부여한 한은법 개정안의 내달 정기국회 통과에 총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 금융기관을 직접 검사할 수 있다’ ‘금감원에 대해 검사결과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한 시정 및 제지를 요청할 수 있고 금감원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한은법 개정안이 사실상 지금의 금융감독 독점구조를 허무는 신호탄인 셈이다. 이같은 시스템 개편 논의를 떠나, 이번에 드러난 검사시스템의 비리 관행, 모럴헤저드에 대해서는 근원적 해결책이 나와야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문제해결의 첫 단추는 당국내에 퍼져 있는 비리 요소와 관행을 도려 내는 것”이라며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감독시스템 개선을 위한 총리실 TF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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