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굵직굵직한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부터 저축은행 부실화에 따른 영업정지 조치가 떨어지더니, 3·4 디도스 공격에 이은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 농협 전산망 마비 등 금융소비자를 불안케하는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1월 금융위원장에 이은, 3월 금융감독원장까지 감독당국의 새로운 수장 진용이 짜여지면서, 이같은 일련의 사태에 총력대응하고 나섰다. 자연히 감독과 검사가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시기이고, 한번 더 뚫리면 국민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벼랑끝’ 위기감에 가득차 있다. 금융기관들은 은행, 카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주요 업권별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하면서도 전략 금융상품 출시와 영업 확대에 힘 쏟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구호는 하나 같다. “규제는 강화돼도 고객몰이는 계속된다.” ◇위기가 곧 기회다= 전 금융권이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감독당국의 상시 검사와 감독이 강화되면서 일벌백계의 첫 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몸은 낮추고 있지만 아이디어를 담은 상품 생산은 더 활발하다. 요즘 같이 봄은 왔지만, 엄동설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먼저 준비하고 도약을 기약하는 셈이다. 튀는 아이디어와 번득이는 지혜를 상품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각 금융회사들은 최근과 같은 규제 강화 상황이 지나고 나면 훨씬 더 시장 환경은 깨끗하고 밝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 요건이 공정해지고, 더욱 시장기능에 맞춰 돌아갈 것이란 예측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소비자 불신과 당국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서려면 금융소비자에 대한 만족도 높은 상품을 제시하는 수 밖에 없다. 위기 속에 각 회사들이 독특하고, 고객 친화적인 상품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이유다. 한 은행 상품담당 임원은 “요즘들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요구하는 주문사항이 ‘튀는 것’과 ‘사로잡을 것’”이라며 “시장 전체적으로는 움츠러든 것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주 치열하게 다가올 경쟁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이 곧 수익이다= 금융사들로선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이다. 금융사들이 ‘고객 친화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고객의 입맛에 맞아떨어지는 상품만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고, 그래야 결국은 회사의 수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고객=수익’이라고 드러내 놓고 광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한 고객 섬김’을 통해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을 만들고, 그것으로 고객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면 결국은 금융사에 실적은 저절로 쌓이게 되는 구조다. 새로운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대부분의 수장들이 교체되고 난 새로운 체제에서 금융회사들이 더욱 강조하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상품 개발과 서비스’다. 그것만이 금융회사들이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생존하고 커나갈 수 있는 선택이다. 한 증권사 대표는 “하루가 다르게 새 상품들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고객들이 모든 고려조건의 제 1순위에 서 있다”며 “고객들은 사실 우리가 뭘 하는지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무엇을 주고 얼마나 줄건지에 대해서만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상품아이디어가 곧 고객수로 연결된다= 고객들이 금융상품에 대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약간의 편차가 있지만 ‘금리’ ‘절세’ ‘수익률’이라는 조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요즘들어 추가된 것이 ‘고유가’ ‘고물가’ 등 시장 상황에 따른 변수들이다. 당연히 금융회사들도 이러한 조건을 따져 ‘가장 많이 돌려줄 수 있는’ 상품들을 짜내고 있다. 고객들을 사로 잡으려면 경쟁 회사에 비해 ‘좀더 높게’ ‘좀더 많이’ 주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고유가 시대에 주유비를 아끼는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주유 실적을 통해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 만들어진다. 장바구니 물가에 허덕이는 주부를 위해선 그에 맞는 카드와 예·적금 상품을 제시한다. 학생층을 공략하기 위해 체크카드 상품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단순한 수익률 경쟁에서 벗어나, 투자자문과 통합형 자산관리 상품으로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바로 ‘차별화된 아이디어’다. 상품 아이디어는 상품의 판매량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금융상품의 승패가 아이디어에서 판가름 난다는 것은 오랫동안 시장이 증명해준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기도 하다.
◇소박스/시장트렌트는 ‘스마트’ ‘보안’ ‘생활’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을 관통하는 트렌드도 만들어지고 있다. 첫째는 스마트폰 및 스마트패드 대중화와 함께 모든 상품의 스마트기기 연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카드는 물론 주식거래 등이 모두 스마트기기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각 금융회사들도 스마트기기 연계에 기술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화의 특성처럼 고객들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스마트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하는 환경 개선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둘째, 최근 일련의 전산망 사고를 겪으면서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물론 금융상품과 보안성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서비스의 기초이자,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보안’이다. 더구나 최근 사고들이 사회적 충격을 가져오면서 ‘보안’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보안’의 최고의 모토로 내세우면서, ‘보안’을 고객서비스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셋째, 생활 밀착형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은 사실상 생활속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객이 가장 금융 혜택의 효과를 크게 느끼는 곳도 바로 생활속이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좀더 생활에 도움이되는’, ‘경쟁사보다는 더 많은 생활속 혜택을 주는’ 상품을 만들고, 출시하기 위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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