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미국에서는 태양광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솔라정션이라는 업체가 43.5%에 달하는 초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 최고 기록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결정형 태양전지 효율이 16~17%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그렇다면 이 태양전지는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을 휩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렌즈를 통해 빛을 인위적으로 모아주는 집광형인데다 크기도 5.5㎜×5.5㎜로 작아 상용화 수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반 태양전지는 가로 세로가 각각 156㎜다. 상용화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끄는 기록은 지난해 6월 선파워가 발표한 태양전지 효율 24.2%다. 선파워는 태양전지 크기나 제조공정 등을 밝히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선파워 특유의 ‘후면전극형’ 5인치(가로, 세로 각 125㎜) 전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22% 고효율 전지도 이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후면전극형이란 태양전지 전면에 가늘게 그어진 전극을 뒷면으로 옮김으로써 빛을 가리는 방해물을 제거, 표면 빛 흡수율을 극대화해 효율을 높이는 제조방법을 말한다. 24.2%는 사실상 폴리실리콘을 이용해 만드는 결정형 태양전지 효율의 ‘종결자’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태양전지는 단층(싱글정션)으로 만들어지는데 효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탠덤(2층)이나 트리플정션(3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층이 많아질수록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선파워 설립자인 스완슨 회장은 지난 2006년 “결정형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는 26%”라고 예측한 바 있다. 순수하게 이론적인 면에서 태양전지의 한계 효율은 이보다 높은 33.7%다. 이른바 ‘쇼클리-퀘이서 한계(Shockley-Queisser limit)’가 그것으로, 1961년 쇼클리반도체의 윌리엄 쇼클리와 한스 퀘이서 박사가 PN접합을 이용한 단층 결정형 태양전지의 한계 효율이 33.7%라고 증명한 후부터 널리 알려졌다. 지구상에서 태양전지가 전기를 생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태양빛은 전체의 47% 정도인데, 흡수되지 못하고 반사되거나 전기적 손실 등으로 사라지고 나면 33.7%만이 전력으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태양전지 기업들의 목표는 상용화가 가능한 낮은 가격에 얼마나 이 한계에 가까이 접근하느냐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자료에 따르면 일반 결정형 태양전지 효율은 지난 22년간 11%가 올라 연평균 0.5%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효율 향상 속도가 느린 이유는 저가 재료 사용이나 제조상 결함 등의 이유로 태양전지로 유입된 태양에너지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은 표면을 인공적으로 울퉁불퉁하게 만들어 태양빛의 반사를 최소화하거나(텍스처링) 전극을 뒷면으로 보내 빛의 흡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특수한 코팅(패시베이션)을 통해 와이어소잉 공정 등을 통해 결함이 생긴 태양전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듦으로써 전압을 높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연간 효율이 1%P씩 높아지는 등 기술개발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이다. 뒤늦게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강국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에 구슬땀을 쏟으면서 선진국 기술의 90%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주도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태양광 산업이 제2의 반도체 산업이 될 것으로 보고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식경제부 국책과제로 지난 2008년부터 이종접합 태양전지(히트셀·HIT셀)를 개발하고 있으며 19%의 고효율을 달성했다. 현대중공업도 국책과제를 통해 2009년부터 후면전극형 태양전지 개발을 시작했으며 2012년까지 효율 22%를 달성할 계획이다. 한화케미칼 역시 정부과제로 ‘에미터 랩 스루(EWT)’ 방식의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 중이며 2013년까지 21%를 달성할 방침이다. 이밖에 신성솔라에너지와 미리넷솔라도 올해 안에 20% 효율 달성을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개발 노력과 함께 고효율 태양전지 연구개발을 조직적으로 수행할 중심기관 구축과 함께 체계적인 인력양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윤재호 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전지연구센터장은 “최근 여러 대학에서 태양전지 관련 인력이 양성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지만 태양전지의 특성상 연구개발을 이끌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태양전지에 맞는 교과목을 개발하고 기업과 연계한 현장교육 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개발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좀 더 높은 효율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한 태양전지 전문가는 “삼성이 효율 19%짜리 히트셀을 개발하느라 고생했지만 어느새 로스앤라우라는 업체가 턴키 장비를 팔고 있을 정도로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기술이 돼버렸다”면서 “장비 업체들이 개발할 수 있는 것보다 좀 더 어려운 미래기술에 정부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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