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위 팹리스 기업들 가운데 10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한 기업은 실리콘웍스 1개사로 오히려 축소됐으나 대만은 10억달러(1조 20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팹리스 기업이 지난 2009년 1개사에서 3개사로 확대됐다. 국내 팹리스 기업이 사실상 퇴행하는 사이 대만의 팹리스 기업은 이미 세계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셈이다. 최근 대만 팹리스 산업을 분석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이 같은 희비쌍곡선은 에코시스템 차이에서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14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미디어텍은 지난해 36억10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려 팹리스 4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뒤이어 노바텍과 M스타는 각각 11억4500만달러와 10억6000만달러의 매출액으로, 전년 대비 40%와 7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2004년 이후 매년 2개의 1000억원대 이상의 팹리스 기업을 배출해온 국내 팹리스 산업은 지난해에는 실리콘웍스가 2570억원의 매출을 기록, 유일하게 1000억원 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만 팹리스 업체들이 고객이나 디자인하우스 등 관련 산업과 철저히 보조를 맞추면서 버그를 발견하고 수정하는 등 에코시스템을 십분 활용한 것이 성공의 주요 배경이다. 또 정부가 에코시스템을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맡아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그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 반도체 산업의 평가 모델에서 에코시스템과 관련된 항목은 한국이 모두 ‘매우 낮음’으로 평가된 반면에 대만은 ‘높음’이나 ‘매우 높음’을 받았다. 해당 항목은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수준, 정부의 직간접 인센티브, 파운드리 산업의 팹리스 산업 지원, 원스톱서비스가 가능한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었다. 보고서는 “대만의 경우 ITRI라는 정부 기관이 연구성과를 산학에 이전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고 연구원 스핀오프로 반도체 기업을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도 국가과학위원회 주도로 경제부·교육부·재무부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내놓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그뿐만 아니라 클러스터에는 설계부터 테스트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조성돼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대만 미디어텍은 이러한 에코시스템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 조사됐다. 미디어텍은 단기간에 대량 수요가 예상되는 시점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렸다. 디자인하우스나 세트업체와 공동으로 버그를 수정하고, 칩을 한데 묶어 칩세트로 공급함으로써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고객과 협력업체가 중국과 대만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했으며, 대부분의 협력업체가 한 시간 거리에 있어 버그 발견부터 수정까지 기간을 최대한 단축했다. 미디어텍 리안 첸 제너럴매니저는 전자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더욱 많은 기능을 집적하기 위해 벤더들과 협력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특히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세트 메이커들과 매우 긴밀하게 협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선 대만은 풍부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에코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며 “단적으로 벤치마킹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 것이고 해외 사례와 우리현황을 심도 있게 분석해 종합적인 대책을 6월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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