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업단지 정전사태 이후 피해가 집중된 GS칼텍스가 이르면 20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가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석유화학 밀집단지인 여수산단은 이미 지난 2006년과 2008년에도 비슷한 정전사태를 겪었지만, 지나고 나면 ‘없었던 일’로 치부되면서 이번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가 산업단지 전반에 걸친 전력계통 안정화, 책임 소재 규명 및 보상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사고조사반 급파= 지식경제부는 이번 정전사태 조사반을 구성, 18일 현지로 급파했다. 오태규 전기연구원 박사를 반장으로 전력거래소와 한국전기안전공사,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조사 기간은 1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결과 보고까지는 시일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지경부 측 설명이다. 이처럼 정부가 직접 사고 조사에 나선 것은 정전 이후 한국전력과 피해업체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산업단지와 전력계통을 총괄 감독하는 정부로서 이번 만큼은 명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유야무야 넘어가 버리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 한전·GS칼텍스 서로 “네탓”=한국전력 측은 전기공급약관 제39조에 의거, “부득이한 사유로 전기공급이 중지되거나 결상될 경우, 경제적 손실이 발생될 우려가 있는 고객은 비상용 자가발전기,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결상보호장치, 정전경보장치 등 적절한 자체 보호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피해가 집중된 GS칼텍스에 대해 “UPS가 있었지만 용량이 작아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측은 “그간 전력 현대화 10개년 계획에 따라, 수백억원을 들여 노후 차단기 등을 교체했고, 2008년 사고 이후 자체 예산 100억원을 투자, 송전선로를 복선화했다”며 맞섰다. GS칼텍스는 “한전이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전기공급약관에도 전력 사용자측의 적절한 자체 보호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의무 조항은 아니다”며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확실한 대책 세우는 전기 돼야=그동안 정전으로 인한 2차적인 생산·사업 피해가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피해 보상은 커녕 소송까지 간 사례도 없었다. 지난 2006년 4월에도 한전 자회사 실수로 전기 공급이 중단돼 GS칼텍스가 200억원대의 피해를 입었지만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반대로 2008년 한화석유화학과 여천NCC 자체 설비 폭발로 주변 업체는 물론 한전 설비도 피해를 입었지만 이 마저도 유야무야됐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확실한 답과 처방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전기공사업계 관계자는 “정전사고의 특성상 어느 한쪽의 잘잘못을 가리기가 굉장히 어려운 것을 사실”이라며 “하지만, 공기업과 대기업의 특성상 최종 책임규명은 곧바로 공신력과 기업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일이 지나면서 그냥 묻어버리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결과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답을 내놔야만 유사 사태 재발과 산업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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