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엔화 환율이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일본 경제가 초 엔고(高) 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엔고에도 불구, 일본기업의 수익력은 빠르게 회복됐다. 지난해 일본기업의 매출 및 경상이익(1~3분기 누계)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3%와 90.9% 증가했다. 상장기업의 경상이익 역시 금융위기 직전의 96% 수준으로 회복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 ‘일본의 엔고 대응력’을 통해 그들만의 엔고시대 대처방안에 대해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기업들은 해외생산 확대를 통해 엔고 대응에 나선다. 이는 과거에도 반복됐던 것으로, 일본에서는 엔고가 진행되면 해외투자가 늘고 엔고가 진정되면 증가세가 둔화하는 양상을 반복한다. 일본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율은 1990년 4.6%에서 2009년 기준으로 17.8%로 증가했다. 해외 진출 확대 결과, 최근 아시아 경제 호조와 함께 일본 현지법인의 매출이 빠르게 회복되며 일본기업에는 커다란 수익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상장사의 지난해 이익 구조를 2000년과 비교해 보면, 선진국 비율은 27% 감소한 반면 신흥국은 27% 늘었다.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거래에서 엔화 결제 비율을 높임으로써 환율 변동에 따른 매출 감소 영향을 경감했다. 일본 총수출에서 엔화 결제 비율은 2000년 36.1%에서 지난해는 41.0%로 늘었다. 반면 수입에서의 엔화결제비율은 같은 기간 23.5%에서 23.6%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제품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독과점적 위치 확보 등으로 가격협상력을 제고해, 환변동에 따른 부담을 해외로 전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소는 “환변동에 따른 가격변동분을 해외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교섭력 확보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이나 품질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본기업들은 어떤 환율수준에서도 적응 가능한 체제를 구축했다. 엔고에 직면할 때마다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채산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이를 볼 때 일본기업들은 현재 방어경영을 펼치고 있지만 수요 확대 등 사업기회가 포착되면 공격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우리 기업도 앞으로 진행될 원고 상황에 대응해 중장기적 대응전략을 주문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기적으로는 철저한 합리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함으로써 원고에 따른 손실 전가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대응역량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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