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대형 인수합병(M&A)과 최고경영진 교체로 인해 새해 국내 주요 그룹과 기업의 정보기술(IT) 전략이 전면 재편될 전망이다. 이미 LG전자가 신임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새로운 혁신사업을 뒷받침하는 IT전략 개편에 착수했고, 대형 M&A를 앞두고 있는 현대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도 내년 IT에 관한 새 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사장단 인사와 함께 ‘미래전략실’을 신설한 삼성그룹도 IT부문의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최근 가시화된 대형 M&A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추진(총액 규모 5조5100억원),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총액 규모 4조6889억원), 총 23개 컨소시엄이 인수 경쟁에 나선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작업(예상금액 7조원 이상) 등이다. 이 가운데 현대그룹은 지난달 16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은 IT부문 관계사인 현대유엔아이를 통해 IT서비스를 받고 있다. 인수 대상인 현대건설은 지분 70%를 보유한 IT서비스업체 현대씨엔아이에게서 대부분의 IT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예정대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그룹 IT서비스 체계는 현대유엔아이를 중심으로 일원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그룹 IT 전략을 갖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도 아직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변수로 꼽힌다. 만약 현대자동차그룹이 뒤집기에 성공한다면 범 현대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 중 가장 큰 힘을 받는 곳은 현대차그룹에 IT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토에버시스템즈가 될 공산이 크다. 범 현대그룹 계열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최근 범 현대 계열 IT서비스업체 모두 단순한 위탁서비스를 넘어 셰어드서비스센터(SSC), 나아가 그룹 IT컨트롤타워 역할을 모색하는 상황”이라며 “M&A 결과에 따라 계열 IT서비스업체의 행보와 그룹 IT거버넌스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수 주체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현대건설과 달리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는 사실상 굳어진 상황이어서 IT 관련 대응 작업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하나금융그룹이 초기에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투 뱅크’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궁극적으로는 통합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은행 IT부문은 서비스 인프라와 운영인력을 공유하는 형태 등으로 한발 앞서 통합 작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을 비롯해 대부분의 IT운영체계를 계열 IT업체 하나아이엔에스로 통합중이어서 두 은행의 IT통합작업도 하나아이엔애스가 주축이 돼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현재 하나은행의 IT운영인력을 하나아이엔에스로 통합하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어 새롭게 합류하는 외환은행 IT인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배치하느냐가 통합 이후 IT전략 수립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IT인력은 각각 350명, 310명 수준이다.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작업도 내년 1분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와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이 분리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인수 주체, 분리 매각 여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IT전략지도가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M&A로 인한 IT전략 재편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3년을 내다본 중장기적인 현안인 반면 경영진 교체와 조직 개편에 따른 IT전략 변화는 기업에 있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난 3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정보전략팀 관계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실시하는 조직개편과 인사지만 그룹 ‘미래전략실’이 신설되는 등 예년과는 다른 큰 폭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그룹IT 거버넌스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그룹 CIO 기능을 하는 삼성SDS의 역할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복수의 삼성 계열사 IT 담당자는 “이미 삼성SDS가 IT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그룹이 새로 짜는 전략에서 IT부문의 역할이 어떤 비중을 차지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장이 바뀐 LG전자의 IT부문은 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10월 구본준 부회장 취임 직후에는 2011년 사업계획 수립작업이 일시 정지상태 모드였지만 지난달 30일 조직개편안이 나오면서 초고속 모드로 전환한 상태다. 당장 5개에서 4개로 줄어든 사업본부 구조에 맞춰 IT지원체제를 바꿔야 하고 곧 구체화될 혁신사업을 지원하는 채비도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구 부회장이 CEO 직속으로 식스시그마팀과 혁신팀을 구성한만큼 내년 LG전자의 IT전략은 생산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품질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가 새로운 IT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외부 컨설팅을 의뢰할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새 CEO 이후 외국계 컨설팅 서비스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어 IT 부문에서도 당분간 신규 컨설팅 프로젝트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사 대표는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컨설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현업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외부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LG전자 전사자원관리(ERP)추진실은 이달 말을 끝으로 글로벌 ERP 구축 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내년 중 변화가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글로벌ERP 운영이 안정화되는 것이 확인되는 대로 대부분의 인력이 기존 현업 및 IT 조직으로 재배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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