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 백년대계’가 시급하다. 정부 예산 1000억원이 투입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기상청 슈퍼컴 구축사업이 올 연말 마무리되지만 이를 이어갈 중장기 로드맵이 없다. 지난해 9월 우여곡절 끝에 발의된 ‘국가슈퍼컴퓨팅 육성법안’은 정치권 이슈로 인해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그 사이 중국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을 발표하며 미국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슈퍼컴 경쟁력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14일(현지시각)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슈퍼컴퓨터콘퍼런스에서 2010년 하반기 세계 500대 슈퍼컴 리스트(www.top500.org)가 공개됐다. ◇뛰는 중국, 최강국 자리 넘봐=리스트에 따르면 중국 톈진 국가슈퍼컴퓨터센터의 ‘톈허 1호’가 2.566페타플롭스(1페타플롭스는 초당 1000조회 연산 처리)로 미국 에너지부의 ‘재규어(1.759페타플롭스)’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은 이 밖에도 선전 국가슈퍼컴퓨터센터의 ‘네뷸러가 3위에 오르는 등 총 42대를 500대 슈퍼컴 목록에 올렸다. 잭 동가 톱500 리스트 감독관은 “중국이 과학, 엔지니어링, 경제 경쟁력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고성능 컴퓨팅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평했다. ◇답보하는 한국, 10년째 내리막길=500대 슈퍼컴 목록에서 한국은 기상청 슈퍼컴 3호기가 메인·백업시스템이 각각 19, 20위를 차지했고, KISTI 슈퍼컴 4호기가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정부 예산 1000억원이 투입된 기상청, KISTI 신형 슈퍼컴 사업이 비슷한 시기에 마무리돼 얻을 수 있었던 성과다. 약 5년 주기로 반복되는 이들 기관의 슈퍼컴사업 특성상 우리나라 슈퍼컴 순위는 또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상청과 KISTI가 슈퍼컴 교체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상반기 500대 슈퍼컴 리스트 발표 때 우리나라가 단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상황이 수년 뒤에 재현될 수밖에 없다. 단 2개 기관의 움직임에 따라 국가 슈퍼컴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표류하는 정책, 뒷걸음질치는 슈퍼컴 경쟁력=이미 2000년대 초부터 해마다 슈퍼컴 인프라와 활용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슈퍼컴 및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10년에 가까운 사전 작업 끝에 지난해 9월 국가슈퍼컴퓨팅 육성법안 발의(정두언 의원 대표발의)를 성사시켰으나 정치권의 핵심 쟁점 논의에 밀려 별다른 진척이 없다. 국가슈퍼컴 육성법은 슈퍼컴 관련 연구개발, 효율적인 자원배분,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슈퍼컴퓨팅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오는 22일 해당 법안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아직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행사 일주일을 앞둔 지금도 개최 여부조차 유동적이다. 이용원 교과위 전문위원은 “우선 22일 공청회 개최 의사를 타진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이번 공청회가 무산되더라도) 슈퍼컴법에는 여야 간 대립각이 없는 만큼 올 연말까지는 법안소위 통과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호준 CIO BIZ+기자·황지혜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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