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보험사기로 보험금 누수액이 증가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여론은 썩 좋지 않다. 보험사의 자구책 마련이 먼저라는 것이다. 자구책 가운데 하나가 보험사기방지시스템(FDS)이다. 최근 FDS를 구축한 현대해상화재는 보험사기 적발률을 높여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손해보험업계 첫 FDS 구축=보험산업 성장과 함께 보험사기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액은 연평균 2조2300억원에 이른다. 2009년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전년대비 29.7%, 적발 인원 수는 5만4268명으로 32.3% 증가했다. 이 때문에 FDS를 구축하는 보험사가 늘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전에 구축된 유사 시스템과 구별되는 점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차이에 있다. 생명보험은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람(피해자)이 보험 수혜자이거나 수혜자와 긴밀한 관계일 때가 많다. 하지만 자동차보험과 같은 손해보험에서는 외관상 사고의 가해자가 보험사기의 피해자가 되고 이후 보험료 할증의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생명보험의 보험사기와 다른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이철우 현대해상화재 보험조사반 과장은 “손해보험업계 전체가 지급한 보험금의 10% 정도는 보험사기로 추정되지만 보험사기 적발 수준은 2~3% 안팎”으로 추정한다. 100건 가운데 10건이 보험사기며, 그 가운데 밝혀지는 것은 2~3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사고를 내서 보험금이 할증됐던 사람 100명 가운데 10명은 억울하게 가해자가 됐다는 얘기다. 현대해상화재는 보험사기가 서서히 증가하던 2004년부터 FDS 구축을 검토했고 차세대 시스템 오픈 시점에 함께 오픈할 수 있도록 2008년 1월 FDS 구축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2008년 1월부터 그해 10월까지 업무 파악과 현 상태(As-Is) 기준을 개발하고 이듬해 7월까지 차세대 기준을 개발했다. 1단계에서 도출된 모델 개발과 비즈니스 규칙을 2단계에서 수정하고, 1단계에서 생성 및 모델링한 리스크마트도 2단계에서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4월 모델과 비즈니스 규칙을 최종 확정하고 리스크마트 수정 보완을 완료, 안정화 기간을 거친 후 지난 1일 공식 오픈했다. 현대해상화재가 구축한 FDS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보험조사 사전판단시스템은 모델과 비즈니스 규칙을 이용해 보험료가 청구된 건의 손감 여부를 조사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보험조사 사후판단시스템은 사전판단 모델로 적발하기 어려운 특정 집단의 특이점을 사후 적발한다. 리스크마트는 사전판단 모형과 사후판단을 위한 데이터를 생성한다. ◇대용량 데이터 분석 기능 중요=현대해상화재는 대용량 데이터의 신속한 분석을 가장 중시했다. 이철우 과장은 “FDS 특성상 화려한 사용자환경(UI) 보다 실질적인 분석 기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해상화재는 데이터마이닝 기술 강점과 FDS 구축 노하우를 가진 SAS를 선택했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들어가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현장에서 다뤄 온 문서 데이터의 품질이 문제된 것이다. 그동안 축적된 보험사기 적발 데이터에서 수치화, 규칙화할 수 있는 요건을 추출해 보험사기로 추정할 수 있는 가설을 수립해야 하는데, 데이터 품질 수준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가설 수립이 어려웠다. 결국 현대해상화재는 FDS 구축과 데이터 정제 작업을 병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이번 프로젝트로 데이터 정제는 물론이고 데이터 품질 기반체계도 마련했다. 필수 항목을 누락하거나 형식에 맞지 않는 값을 입력하면 아예 문서가 등록조차 되지 않게 한 것이다. ◇보험사기 이력자 신규가입 제한에도 이용=현대해상화재는 앞으로 보험사기 적발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입자 역시 보험사기로 억울한 가해자가 되고 보험료가 높아지는 데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사기혐의 분석이 신속해져 정당한 청구 건일 때는 빠른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 현대해상화재는 FDS의 사전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현업에서 요구한 사전경보 기능으로 정상적인 보상 청구 건 데이터와 다른 양상을 보일 때 사전경보로 미리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이철우 과장은 “이 시스템을 응용해 보험사기 이력이 있는 사람은 보험가입 신청 때부터 가입을 제한하거나 보험료를 높게 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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