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강 삼각주의 우시(無錫)시. 산업공단인 우시신구의 중앙에는 세계 2위의 태양전지 기업인 선텍파워(Suntech Power)의 본사 사옥이 거대한 태양광 모듈로 건물 한쪽을 채운채 위용을 자랑한다. 최근 이 곳을 찾은 기자 눈에는 곳곳에서 지어지는 공장 건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선텍 본사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는 선텍의 새로운 R&D 빌딩이 건설되고 있다. 인근의 하이닉스 우시공장에 근무하는 정은태 차장은 “중국 정부가 최근 태양전지에 보조금을 지급키로 하면서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 IT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중 · 대만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공식 발효되면서 차이완의 기세는 우리에게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반도체나 LCD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대만을 앞서 있지만 태양광 분야는 선텍과 같은 중국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면서 오히려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정도다. 통신장비 세계 3위 기업인 화웨이, PC 분야 세계 5위 기업인 레노버 등은 해당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을 추월한지 오래다. 대만 역시 전세계 노트북의 87%, 모니터의 75%를 제조하는 제고경쟁력을 바탕으로 비메모리, 스마트폰 분야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차이완은 이미 ICT 대국이다. 중국은 지난 2006년 ICT 수출에서 이전까지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해온 미국을 앞질렀으며 지난 2008년에는 21%까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대만 역시 IT분야 수출 점유율이 우리나라(4위)를 앞서 3위를 기록 중이다. 소비력은 더 무서운 기세로 크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전 세계 IT 수요의 16%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저임금을 바탕으로 세트 조립 분야를 육성해왔지만 지난 1990년대부터는 반도체 · LCD 등 소위 최첨단 ICT 분야 육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중앙정부로부터 하이테크 중점 육성도시로 지정된 우시시에서는 이런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우시를 대표하는 거대호수인 태호를 본따 `태호 실리콘밸리`라는 지역 별칭이 생겨났고, 우시 고신구, 리웬 경제개발구, 쟝잉 경제개발구 등 지역에 ICT 단지가 조성됐다. 또 보조금 지급, ICT산업 발전 기금 설립, 국산 제품 사용 촉진 등을 통해 전폭적으로 ICT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시 시정부는 시내 가장 큰 반도체 기업인 하이닉스에도 시스템IC 사업을 해보자는 의사까지 타진할 정도로 시스템IC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하이닉스 우시공장의 정홍교 부장은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가 2009년 9월 신흥 전략 발전 산업을 강조한 이후 2020년까지 10년간 정보산업을 포함한 7대 산업 분야를 장기 육성할 계획”이라며 “우시는 그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더 큰 위기감을 느낀다. 강인 프리스케일반도체 중국내 영업부문 이사는 “중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술적인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기회의 땅이자 위협”이라며 “특히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업고 반도체 업체, 연구개발(R&D)거점, 소프트웨어 업체, 세트 제조사로 이어지는 탄탄한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선진 기업에 문호를 개방해 취할 것은 취하고, 발전된 기술로 선진국에 대항한다는 현대판 `이이제이(以荑制荑)` 전략이다. 근래에 수많은 새로운 반도체 디자인들이 중국 엔지니어들에게서 나온다는 점도 주목된다. 프리스케일의 `i.MX프로세서`는 중국에서 개발됐고, 전 세계 휴대형 PDA와 스마트폰에 채택됐다. 이 칩은 최근 프리스케일이 e북용 칩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데 초석이 됐다. LCD 분야도 이미 중국은 대대적인 산업 육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대만과 손잡을 경우 더 큰 날개를 달게 된다. 세계 3,4위 LCD 기업인 대만의 AUO · CMI가 중국 과 손잡고 대면적 LCD 패널 라인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베이징과 선전시에 8세대 LCD라인을 건립 중인 비오이, TCL 등에는 수백명에 이르는 대만 엔지니어가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투자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LCD 기업들에게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ECFA를 계기로 대만 LCD 업체들을 배려하기 위해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우시(중국)=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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