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스마트TV, MVNO 등 2010년 하반기에는 다양한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컨버전스로 인해 불거진 이러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통신·방송·인터넷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첨예하게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업계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도 많은 이견이 존재한다. 논란의 중심에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 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네트워크사업자와 콘텐츠제공업체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개념으로 등장했다. 외형적으로는 망 중립성 논쟁이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누가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선진국에서도 망 중립성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역시 사업자 간의 수익 다툼,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치적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망 중립성 논쟁에는 통신사업자의 이익, 구글 등 콘텐츠 제공업체 등의 이익기반 강화라는 두 가지 측면이 녹아 있다. 해외에서 별다른 모범답안이 존재하지 않는다. IT강국 한국은 이제 해외 벤치마킹 단계를 넘어, 우리 실정에 맞는 망 중립성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전자신문은 지금부터 12회에 걸쳐 한국 사회를 둘러싼 망 중립성 개념을 세우려 한다. 물론 이 같은 작업이 통신·방송·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나아가 모바일 시대에 맞는 ‘한국형 망 중립성 개념’을 도출할 것이라는 확신도 갖고 있다. 일반적인 망 중립성 개념은 ‘네트워크상의 모든 트래픽이 차별 없이 평등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뜻으로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통신사업자, 케이블사업자)들은 네트워크를 지나가는 모든 트래픽을 유형과 양에 차별 없이 평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의된다. 명확한 규정 같지만 망 중립성 그 자체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높다. 망 중립성 논쟁 그 자체가 현재의 망(네트워크) 운용이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개념이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한 구글, 애플의 이해 기반을 깔고 있는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망 중립성이란 용어에서 중립성이라는 의미가 ‘중립적 판단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립이라는 표현이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이를 찬성하면 옳고 반대하면 그릇된 것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망 중립성 논쟁은 이 때문에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기 어렵다. 망 중립성에 대해 어떤 개념 규정을 내리는지는 바로 미래 통신시장에 대해 누가 이니셔티브를 쥘 것인지 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 콘텐츠제공업체, 방송사업자 등이 망 중립에 ‘올인’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들은 미래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치열한 망 중립성 논쟁을 벌이고 있다. 망 중립성 논란에는 정답이 없다. 첨예한 이해관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해관계사는 통신사업자, 케이블사업자, 포털, 인터넷전화사업자, 콘텐츠사업자, 콘텐츠 유통사업자(P2P 등), 단말기제조사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업계는 특히 한 분야만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컨버전스·M&A·사업다각화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복잡하다. 자국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 영역에 따라, 국가 간 이해관계도 서로 다른 상황이다. 망 중립성 논쟁은 이미 여러 해를 거쳤다. 지금까지는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는 이슈였지만, 최근 스카이프가 아이폰에서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는 앱을 내 놓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다양한 무선데이터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워졌다. IP망을 이용하는 스마트TV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국내 통신·방송·인터넷시장에서의 망 중립성 논쟁은 아직 초보단계다. 국내에서도 망 중립성 포럼이 결성돼, 두 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모두가 망 중립성을 함께 논의하지만, 이를 말하는 사람과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며 “결국 이해당사자 간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면 소비자와 산업적 가치, 선순환 투자, 산업 생태계 조성을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개념을 재정립해 윈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털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주장이고, 통신사업자들은 트래픽 유발 정도에 따라 망 사용료를 책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세사르 알리에리타 텔레포니카 회장(CEO)은 “구글 등 검색엔진 업계는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우리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할 정도다. 양측 주장 모두 설득력을 갖는다. 따라서 해법 찾기도 어렵다. 포털의 ‘인터넷 및 모바일 서비스 발전기여론’인지, 아니면 통신사업자의 ‘포털 및 P2P업체의 무임승차론’인지를 두고 격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네트워크 사업자의 트래픽 유지보수에 대한 비용 문제, 포털과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의 초고속인터넷 마케터 역할에 대한 비용 산정 문제 등 많은 논쟁거리가 존재한다. 이들의 입장 모두 해결해야 할 숙제거리다. 3G 스카이프 논란도 한국형 망 중립성 개념 정립에 참고해야 할 사례다. 스카이프는 소비자에게 분명 요금 혜택을 준다. 그러나 기존 망을 활용하면서도, 수익 대부분을 스카이프가 가져가고, 망투자의 주체인 이통사들은 데이터통화료 일부만을 가져가는 구조다. 이런 사건들은 네트워크 사업자로서는 원치 않는 서비스 모델이다. 마치 대로변에 복합상가(포털)가 만들어질 경우에 발생하는 도로혼잡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망 중립성은 이를 발의한 미국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향이 확정되지 않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U에서는 망 중립성을 미국의 낙후된 초고속인터넷 시장 등에 기인한 미국 고유의 이슈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망 중립성의 개념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 개념을 서로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계가 함께 살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올바른 에코시스템 정립은 각 사업주체의 수익을 보장하며, 나아가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을 적절하게 완충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 새로운 산업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되며, 세계 최고의 정보 대국으로서의 성장을 도모하게 된다. 통신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들의 투자를 독려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무선인터넷 활성화 및 망과 콘텐츠 균형발전, 네트워크 기반의 신규서비스 도입 및 활성화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특별기획팀 심규호 차장(팀장) khsim@etnews.co.kr 장동준 차장, 홍기범, 류경동, 문보경,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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