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못하는데 월마트는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공급망관리(SCM) 분야의 권위자인 래리 래피드 박사는 SCM ‘전략 정렬(Strategy Alignment)’을 두 회사의 대표적인 차이점으로 꼽고 있다. 지난 24일 KMAC이 주관하고, 전자신문 CIO BIZ+가 후원한 ‘SC2020-차세대 SCM’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래피드 박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진 대중강연에서 전략 정렬의 비법을 소개했다. 또 래피드 박사는 아시아 국가들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10년 후를 준비할 수 있는 차세대 SCM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0여명의 SCM 전문가가 참석한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래피드 박사가 차세대 SCM 전략에 대해, 로버트 보쿠카 텍사스A&M대학 교수는 성공적인 SCM을 위한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해 소개했다. 또 SCM 솔루션업체인 JDA소프트웨어코리아의 신호섭 대표는 SCM 전략과 R&D 프로세스를 연계하는 최신 트렌드를 소개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SCM 전략을 핵심 경쟁력과 일치시켜야=래피드 박사는 SCM 학계의 거장이자 MIT 주관 공급망 2020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인물이다. SCM 분야의 대표적인 리서치회사인 AMR리서치 부사장을 역임하며 많은 글로벌기업에 SCM 컨설팅과 수준 진단 및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 MIT의 교통물류센터 총괄 디렉터로 재직하고 있다. 래리 래피드 박사가 강조한 SC2020 전략의 핵심 요소는 비즈니스 전략과 비즈니스 역량, 공급망 전략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전략 정렬’이다. 먼저 가격 경쟁력, 높은 수익률의 제품, 뛰어난 품질, 빠른 소비자 대응력, 기존의 틀을 깨는 제품, 광범위한 제품 라인, 높은 고객 서비스 등 각 기업이 가진 핵심 경쟁력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후 이를 지원하고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요소를 선별해내고 이에 걸맞은 SCM 요소들을 추려내야 한다. 래피드 박사는 “특히 많은 기업이 다른 회사의 성공 사례를 답습하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일 수 있다”면서 “반드시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 전략과 SCM 전략이 정렬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스트 프랙티스를 벤치마킹하더라도 자사의 비즈니스 전략과 핵심 경쟁력에 SCM 전략을 정렬하려는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형 SCM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핵심 경쟁력을 파악한 후에는 이를 유지할 수 있는 공급망 운영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만약 저가 제품이 경쟁력이라면 설령 속도가 느리거나 제품 모델이 구식이더라도 모든 SCM 운영 모델을 ‘가격’에 맞춰 짜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고품질이 핵심 경쟁력이라면 엄격한 품질의 부품 및 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구매 전략과 고도의 생산 환경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만약 혁신적인 제품이 경쟁력이라면 얼리어답터들을 유혹하고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신제품 출시에 모든 프로세스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고객 반응, 내부 효율, 자산 활용 세 가지 관점에 따른 세부 지표들을 헤아린 후 기업이 집중해야 할 목표에 맞게 기업 전략과 프로세스 수행 목표를 정렬하는 것이다. ‘고객 대응’ 관점 세부 지표로는 △주문 순환주기 △완벽한 주문 보충 △새 제품의 적절한 출시 등이 있다. ‘내부 효율’ 관점 지표로는 △노동 생산성 △물류 원가 등을 들 수 있다. ‘자산 활용’ 관점의 대표적 지표는 △설비 효율성 △재고 회전율 등이 있다. 래피드 박사는 “만약 패션이나 엔터테인먼트 업종이라면 고객 대응 지표에 비중을 둬야 하고, 식음료나 일반 소비재 분야라면 내부 효율에, 반도체나 철강 등의 업종은 자산 활용에 비중을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며 업종별로 다른 최적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래피드 박사는 애플과 베스트바이는 고객 대응에, 델은 내부 효율에, 월마트는 자산 활용에 집중하고 있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는 ‘기업 전략’과 ‘수행목표’를 일치시켜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객 대응에 집중하는 기업이라면 수행 목표와 기업 전략도 고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객에 초점을 맞춘 수행 목표로는 △고품질 표준에 부합하는 협력업체 관리 △짧은 시장 출시 기간 △빠른 제조 환경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고객에 초점을 맞춘 기업 전략으로는 △고품질 제품 △혁신 제품 △포괄적 제품 라인업 등이 있을 수 있다. 래피드 박사는 수행 목표와 기업 전략을 잘못 정렬한 사례로 GM을 지목했다. “GM의 경우 기업 전략은 고객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수행 목표는 내부 효율과 자산 활용에 치우쳐 있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래피드 박사는 설명했다. 반면에 IBM과 빅토리아시크릿, 월마트는 좋은 사례로 꼽혔다. IBM과 빅토리아시크릿은 고객 대응에, 월마트는 내부 효율과 자산 활용에 집중하면서 기업 전략과 수행 목표를 일치시켰다. ◇SC2020, 동양을 주목하라=이날 래피드 박사는 ‘공급망의 미래’를 주제로 한 두 번째 강연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한 ‘공급망 네트워크 설계’ 원리를 소개했다.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거시 환경의 변화에 따른 예측 기반 시나리오 대응이 필요하다고 래피드 박사는 주장했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 전략과 비즈니스 역량 그리고 공급망 전략을 연동해 기업이 처한 비즈니스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래피드 박사는 2020년까지 비즈니스 환경의 거시적 변화를 주도할만한 6가지 요인으로 △신흥국가의 성장 △국제 유가의 상승 △동양으로의 경제 및 군사적 영향력 이전 △무역 장벽의 심화 △국제적 녹색 규제 △신기술의 출현 등을 꼽았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이 가져올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간 저비용 기반의 창고 효율화를 고민하던 SCM 전략이 유류비 절감으로 목표물을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에서는 물류비 증가가 GDP 성장률을 넘어서고 있다. 래피드 박사는 “오일과 에너지 비용의 증가는 항공비·재료비·제조비·포장비 등 크게 네 가지 영역에 있어 SCM 전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대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서양에서 동양으로의 ‘영향력’ 이전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전 세계 GDP 가운데 미국과 서부유럽의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미국은 2001년 정점을 찍은 후 2009년까지 약 32.3%나 하락했다. 중국의 성장 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준 래피드 박사는 “동양 국가들의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소비 시장이 성장하고 미국을 능가하고 있다는 점, 또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한 아시아 국가들의 글로벌 진출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 또 중국과 인도가 더 많은 엔지니어와 준비된 인재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국의 잠재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발간된 EPA리포트에 따르면 운송수단에 의한 유해가스 배출량이 전기에너지에 이어 두 번째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녹색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SCM 전략의 중요성이 갈수록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래피드 교수가 강조한 신기술이란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 업무 공간, 페이스북과 같은 협업 커뮤니티 등이다. 이를 통해 공급망 가시성 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가상의 시나리오도 그려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래피드 교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과 리스크 관리를 통해 차세대 SCM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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