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웨어하우스(DW) 어플라이언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은 솔루션 공급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메시지 때문만은 아니다. 가트너는 DW 어플라이언스의 가치가 시장에서 검증된 상태라며 기업들은 현재 DW에 어플라이언스를 추가하거나 혹은 기존 DW 구축을 어플라이언스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DW 어플라이언스 업체들은 “DW 어플라이언스의 시장 검증은 끝났다”며 “이제 DW 소프트웨어와 DW 어플라이언스가 아니라 DW 어플라이언스끼리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공급업체들 상황을 살펴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DW 어플라이언스 외에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별로 없는 상태다. 한국테라데이타, 그린플럼코리아, 네티자코리아는 DW 어플라이언스 제품만 공급한다. DW 소프트웨어와 어플라이언스의 이원화된 제품 공급 정책을 갖고 있는 곳은 한국IBM, 한국오라클, 한국MS이다. 하지만 사실상 한국오라클은 엑사데이타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한국MS 또한 본사가 HP와 손잡고 발표한 패스트트랙 DW 어플라이언스로 기업 DW 시장에 진입하려 하고 있다. 이제 순수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는 곳은 사이베이스 한 곳이 남았으며, 사이베이스는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는 DW 어플라이언스가 오히려 높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지만 SAP에 인수된 현재 사이베이스 DW 제품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용량과 속도의 선형적 비례로 작업 시간 예측=전통적 방식의 DW보다 DW 어플라이언스가 더욱 대용량을 더 빠른 속도에 처리할 수 있다는 데는 업계가 동의한다. 이제 문제는 어떤 DW 어플라이언스를 선택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DW 어플라이언스 시장의 이슈는 대량병렬처리(MPP) 방식과 개방성, 교체 용이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DW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각각의 노드가 메모리를 공유하지 않는 비공유(shared nothing) 구조가 MPP다. MPP의 수십, 수백개의 노드는 전용 메모리를 가지며 메모리 간의 통신은 메시지 전달 방법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사전 구성(컨피규레이션)된 DW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인 만큼 DW 어플라이언스 업체들은 저마다 MPP 방식임을 내세우고 있다. 나아가 순수 MPP냐 유사 MMP냐는 것으로 자사의 변별력을 강조하기도 한다. 김희배 그린플럼코리아 대표는 “데이터 용량에 따라 속도 또한 비례적으로 증가되기 위해서는 MPP 방식이 필수인데 DW 소프트웨어만 병렬 프로그램 구조(MPP)라고 해서 MPP 방식의 DW 어플라이언스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DW 소프트웨어의 병렬 처리를 하드웨어에 전달하는 네트워크 방식에서도 병렬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DW 엔진)-네트워크(통신)-하드웨어(서버 시스템)에서 MPP임을 주장하는 경쟁사들이 대부분 소프트웨어의 병렬 프로그래밍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그린플럼코리아의 주장에 따르면 네트워크 통신에서 병렬 처리를 지원하는 테라데이타, 그린플럼이 순수 MPP 방식을 지원한다. 경쟁사들이 인피니밴드를 이용하는 데 비해 테라데이타는 바이넷, 그린플럼은 지넷이라는 네트워크 인터커넥트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러한 주장은 오라클 등 SMP 방식의 경쟁사를 겨냥한 것이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오라클의 공유 디스크(shared disk) 기반 DBMS는 10년 이상 수많은 고객사에서 분석용 환경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MPP냐 SMP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 업무에 적합한 성능과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MPP의 경우 사용자 증가 시 오히려 성능이 저하되며 하드웨어 아키텍처 관점에서도 이미 SMP 아키텍처가 MPP 아키텍처를 누르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PP 방식이 아니어서 네트워크 인터커넥트 상에서의 병렬 처리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으로 속도를 강화할 수 있다. 네티자코리아는 ‘비대칭 MPP 아키텍처’로 자사 솔루션을 소개하는데, 네트워크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해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라는 고유 기술을 채택했다. 캐시와 메모리/CPU 사이에 위치한 FPGA는 각 칼럼과 레코드를 선택 추출해 최소한의 필요한 데이터만 골라내도록 한다. 필요 없는 데이터나 중복 데이터는 애초부터 제외하고 데이터를 모으기 때문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덕수 네티자코리아 지사장은 “불필요한 원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다보면 아무리 MPP 방식이어도 노드 자체의 처리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며 “네티자 솔루션은 노드 당 처리 속도가 높아져 전반적인 속도도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오라클은 서버와 스토리지 간의 데이터 병목 현상으로 속도 저하가 발생하고 이것이 DW의 가장 큰 기술 장벽이라고 보고 있다. 오라클 엑사데이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토리지에서 쿼리를 처리하고 있다. 서버로의 데이터 이동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오라클의 독자적 기술인 인텔리전스 쿼리 기능이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MPP와 유사 MPP 논란=한국테라데이타는 하드웨어 방식, 즉 서버까지 MPP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용하 한국테라데이타 이사는 “DW 엔진-네트워크 통신-서버 하드웨어가 각각 병렬로 처리되지 않으면 어딘가에서는 병목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DW 어플라이언스 간의 속도 변별력은 MPP 방식을 어느 단계까지 지원하느냐에 따른다”고 말했다. 이는 각 노드에서 각각 처리한 데이터를 최종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의 병목을 지적한다. 테라데이타 외의 DW 어플라이언스는 최종 통합 과정에서 어드민 서버 혹은 호스트 역할을 하는 노드로 집중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속도가 다소 느려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테라데이타의 MPP 아키텍처는 경쟁사들에게는 폐쇄형 아키텍처라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오라클, MS(HP), IBM과 네티자 등 다른 DW 어플라이언스 업체들이 HP나 썬, IBM, 델 등 업계 개방형 표준의 하드웨어에 기반하는 것과 달리 고유 하드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린플럼의 경우 가장 많은 하드웨어를 지원한다. 김희배 그린플럼 한국대표는 “시스코의 UCS, VM웨어-시스코-EMC의 VCE 연합의 V블록도 그린플럼 DW 엔진이 지원한다”며 “고객이 특정 하드웨어를 지정하지 않을 경우 HP 하드웨어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오라클은 지난해 가을 HP 하드웨어에서 썬 하드웨어로 플랫폼을 교체한 엑사데이터 2.0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오라클 엑사데이터는 오라클 DB 11g, RAC(Real Application Clusters), 파티셔닝, 오라클 엔터프라이즈 매니저, BI 스위트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등이 탑재돼 있다. 한국오라클은 엑사데이터가 DW와 OLTP를 동시 지원하므로 기업이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경쟁사들은 실질적으로 DW 어플라이언스를 OLTP 서버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MS는 상반기 발표한 패스트트랙에 이어 하반기 MPP 방식의 PDW를 출시할 예정이다. MS는 2008년 8월 DW 어플라이언스 업체인 데이터알레그로를 인수한 바 있다. PDW로 대용량 고속 DW를 원하는 대기업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지만, MS의 DW가 윈도 애플리케이션만 지원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시장이 제한돼 있다. 송원섭 한국MS DW 마케팅 부장은 “MS가 강점을 보이고 있는 제조기업 중심으로 공략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10회계연도에 30여개의 DW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6월부터 시작되는 2011회계연도에는 3배 이상의 DW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국IBM의 ISAS(IBM Smart Analytics Solution)는 모듈형 구조로 DW뿐 아니라 BI도 통합시킨 제품이다. IBM DB2와 인포스피어, 코그너스 제품군이 통합돼 있으며 통계분석 솔루션인 SPSS도 곧 통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 처리할 수 있는 DW 어플라이언스는 결국 실시간 비즈니스 분석과 최적화(BAO)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BI 모듈을 탑재함으로써 고객의 DW/BI 시스템 구현을 더욱 단순화시켜줄 수 있다. 그러나 경쟁사들은 데이터 마이닝, 통계분석, BI 부문에서 IBM 제품이 ‘베스트 오브 브리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클라우드 비전 대두=DW 어플라이언스 업계의 치열한 경쟁은 곧 다변화된 제품라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DW 어플라이언스 시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테라데이타는 테라데이타 액티브 EDW 5600, 액티브 EDW 2580을 올 3월 출시했다. 기존 제품이 최대 1024개 노드를 MPP 방식으로 지원한다면 신제품은 범용 서버를 채택해 48개 노드까지 확장 가능하며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MS는 DW용 DBMS인 MS SQL서버 2008 R2를 현행대로 공급하면서 HP와의 협력에 의한 DW 어플라이언스인 패스트트랙과 PDW 두 종류 HW 제품군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MS-HP DW 어플라이언스의 공급 및 유지보수는 영우디지털, 정원엔시스템 등 HP 서버 협력사가 담당할 계획이다. 송원섭 한국MS 부장은 “DW 어플라이언스 사업을 검토하겠다는 총판(LA)도 있지만 서버 일체형 제품인 만큼 소프트웨어 전문 파트너는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HP 파트너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IBM의 ISAS도 인텔 제온 프로세서 기반의 5600, IBM 파워 아키텍처 기반의 7600, 메인프레임인 시스템 Z에 기반한 9600 등 세 가지 모델로 공급된다. 기업의 DW/BI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DW 어플라이언스의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이 때문에 한국IBM의 DW 어플라이언스는 다양한 운용체계(OS)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쟁사들이 리눅스 OS만 지원할 때 IBM은 리눅스뿐 아니라 AIX, zOS 등 다양한 OS의 어플라이언스를 제공한다. 네티자코리아는 블레이드 서버를 장착한 DW 어플라이언스 트윈핀으로 보다 대용량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현하려는 기업들을 공략하고 있다. DW 용량이 이미 수십TB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블레이드 서버를 장착해 확장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네티자 트윈핀에서도 FPGA 기술은 계속 유지된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 출시는 DW 어플라이언스 시장이 점차 무르익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트너는 DW 어플라이언스의 하이프사이클에서 곧 시장 성숙(Plateau of Productivity)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통적인 DW에서 DW 어플라이언스로의 이동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 DW 어플라이언스 업체들은 어플라이언스 이상의 비전을 고객사에게 제시해야 한다. 바로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클라우드다. 세일즈포스닷컴, 오라클 온디맨드 CRM, SAP 등에서 이미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BI 클라우드 서비스를 넘어 기업의 DW가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가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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