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의 기업공개(IPO)가 최근 몇 년 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방산업의 투자 확대로 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지난해 최악의 매출 감소 여파로 올해 역시 기업공개가 힘들 것으로 예상돼 장비 벤처기업들의 성장동력 상실이 우려된다. 8일 코스닥협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LCD 장비업체 중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업체는 ‘톱텍’ 한 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5년 아이피에스·아바코 등 11개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의 기업공개는 이후 매년 줄어들었다. 특히 2006년 5개 업체로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데 이어 2007년 3개, 2008년 2개에 이어 작년에는 한 개 업체만 상장에 성공했다. 이처럼 장비업체들의 상장이 ‘씨가 마른’ 배경은 2007년부터 본격화된 반도체 치킨게임에 이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 이르기까지 3년여 간 반도체·LCD 업체들의 신규 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주요 수요처의 발주가 줄면서 장비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3년 간 매출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평가하는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 힘들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설민석 동부증권 IPO담당은 “반도체·LCD 업황과 투자 계획에 큰 영향을 받는 장비업체 특성상 매출 변동 폭이 큰 것은 기업공개를 위한 정성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기술력이나 향후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매출 구조가 기본적인 평가 잣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업 공개가 힘들어지면서 무엇보다 후발 장비업체들의 원활한 자금 조달과 재무구조 개선, 그리고 연구개발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반도체·LCD 전공정 장비의 경우 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많게는 수백억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LCD 산업의 투자 싸이클이 통상 3년 주기로 반복되지만, 작년의 경우 거의 대부분 업체들의 매출이 반토막 나는 등 그 골이 깊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코스닥 상장을 통해 연구개발 및 운용 자금을 수혈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져 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국내 반도체·LCD 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해 장비업체들의 기업공개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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