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스페인 마드리드.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GENERA 2010’에 참가한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전시관을 둘러보던 한 유럽 바이어가 100㎿ 규모의 태양전지를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다. 100㎿는 현대중공업 생산능력(330㎿)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대박’이라며 좋아했겠지만 이때만은 상황이 달랐다. 세계 태양광 시장 호황으로 물량이 바닥난 지 오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대한 검토하기로 하고 귀국했지만 우리로서도 쉽지 않은 물량”이라고 밝혔다. 신성홀딩스 영업사원들은 요즘 때아닌 ‘줄서기’ 경쟁이 한창이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는 줄서기가 아니다. 충북 증평에 있는 태양전지 생산공장에 줄을 서기 위한 경쟁이다. 기다렸다가 태양전지가 포장돼 나오자마자 가져가야 바이어에게 물건을 넘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독일·이탈리아 등으로 담당하는 영역이 구분돼 있다 보니 서로 자기 바이어에게 먼저 넘겨주기 위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신성홀딩스는 3분기까지 주문이 꽉 찬 상태다. ◇날개 단 태양전지 수출=태양전지 수출이 날개를 달고 있다. 올해 초부터 급격히 늘어난 수요 때문에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해도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태양광이 몰락했다’는 말이 나오던 지난해와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시장이 식어줬으면(M사 A사장)” 하는 행복한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태양광 전문 시장조사업체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올해 태양전지 수출 물량은 386㎿에 이를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7000억원(태양광산업협회 추산)이 넘는다. 126㎿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3배나 늘어난 양이다. 2008년(33㎿)보다는 12배 가까이 성장했다. 자사 모듈제작용으로 태양전지를 소화하는 현대중공업(330㎿)과 LG전자(120㎿)를 제외한 수치여서 이들을 포함하면 수출 물량은 크게 늘어난다. 이처럼 태양전지 수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독일의 영향이 크다.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독일이 오는 7월부터 가정용 태양광 설비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16% 삭감하기로 하자 그 전에 설비를 설치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또 신흥 태양광 강국으로 떠오른 이탈리아를 비롯해 체코·일본·미국·프랑스·중국 등이 시장을 이끌면서 탄탄한 수요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이 성장을 지속하면서 이러한 수출 호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민계식 태양광산업협회 회장은 “시장조사 기관들은 적어도 2014년까지 연평균 30%대의 태양광 시장 성장을 점치고 있다”면서 “세계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우리 태양광 기업의 적극적인 수출의지가 어우러지면서 수출 실적이 계속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 기회를 잡아라!=태양전지 업체들은 모처럼 찾아온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해외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등 시장선점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주요 태양전지 기업의 증설 용량은 840㎿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올 연말이면 국내 태양전지 생산능력이 1.5기가와트(GW)를 넘어설 전망이다. 소규모 업체까지 더하면 2GW에 육박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안에 충북 음성 태양전지 공장 생산능력을 350㎿에서 550㎿까지 늘리기로 했다. 국내에서 독보적인 생산능력이다. 내년에는 1GW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리넷솔라도 지난 3월, 애초 하반기에나 실시할 예정이었던 대구공장 증설 계획을 상반기로 앞당겼다. 현 100㎿인 생산능력을 200㎿로 늘리는 작업이다. 미리넷은 하반기 100㎿를 추가해 올해 안에 국내 2위에 해당하는 300㎿ 규모 생산능력을 달성할 방침이다. 이 밖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120㎿와 100㎿ 태양전지 공장을 증설하며 STX솔라와 한화케미칼도 각각 100㎿와 70㎿를 증설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활동도 활발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벌써 일곱 번이나 해외전시회에 참가했다. 국내와 일본·스페인·이탈리아 등으로 지역도 다양하다. 특히 9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인터솔라 2010에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미리넷솔라·신성홀딩스 등 국내 태양전지 업체들이 총출동했다. 강희찬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최근에는 태양전지 단품만 공급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현지에 생산공장 신설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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