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산업을 얼어붙게 만든 경기 침체의 여파도 택배시장의 ‘기세’를 꺾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불황기에 인터넷쇼핑몰, 홈쇼핑 등을 이용해 조금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택배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기일수록 인터넷 쇼핑몰, 전자상거래를 통한 생필품 구입 수요가 많아 불황을 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유통업체와 동반 성장’=택배물량은 전반적인 경제 침체기에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확대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자들의 알뜰 구매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들어 농작물 작황 상태가 양호해 지방 특산물의 물량이 증가한 것도 택배물동량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불황 극복을 위한 유통업체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하면서 물동량이 크게 증가했다. 4분기에는 신종플루 여파로 무점포 판매량이 늘며 택배물량 또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TV홈쇼핑업체들의 판매 실적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플루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보다 TV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증가함은 물론이고 IPTV 등의 신개념 쇼핑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아감에 따라 구매율 또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택배산업은 대한통운, 한진, CJ GLS, 현대로지엠이 주도했다. 2008년 대비 빅4의 평균 성장률은 28%에 달한다. 이는 2007년 대비 2008년 평균 성장률인 19.6%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빅4 중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인 곳은 CJ GLS와 한진택배다. 이는 M&A 이후 네트워크 등이 안정 궤도에 올라서 본격적인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20% 이상의 성장을 보였던 중견 택배업체들은 10%대 성장에 그쳤다. 심지어는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친 업체도 여럿이다. 이는 작년까지 극심한 경영 악화에 시달렸던 중견업체들이 저가형 물동량 공략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물동량 확보에 힘썼기 때문이다. ◇택배시장 규모는 점점 커진다=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21회다. 취급한 전체 박스 물량만 무려 10억개를 넘어섰다. 국토해양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분석한 택배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택배물량은 10억5000만여개로, 2002년 4억개보다 175%나 증가했다.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도 2002년 9회에서 21회로 크게 늘었고, 시장 규모도 1조원대에서 2조9000억원까지 올랐다. 2001년 이후 전자상거래와 홈쇼핑이 활성화되면서 택배시장의 규모가 매년 10% 이상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 규모는 당분간 계속 늘어나 2014년에는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택배업체 수도 2002년 9개에서 현재 19개로 배 이상 늘어났고, 택배업 종사자 수도 현재 3만명을 넘어서며 화물운송산업(약 33만명)의 12%를 차지했다. 대한통운과 우체국택배, 한진택배, 현대로지엠, CJ GLS(가나다순) 등 5개사는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했다. 택배물량이 매년 1억개씩 증가할 때마다 약 2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도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택배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택배종사자들의 근로조건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3700원에 달하던 박스당 택배 평균 단가는 지난해 2500원이 채 안 돼 30% 이상 떨어졌고,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12시간씩 일하며 적정량보다 30개 이상 많은 180개의 물량을 운송했다. 경력 5년 미만의 기사가 전체의 52%에 달해 이직률도 높았다. 국토해양부는 택배가 국민의 생활밀착형 산업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택배업종을 신설하고, 업체 간 과당경쟁을 억제하는 등 택배산업을 선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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