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강하거나 가장 우수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 것이다.“ (찰스 다윈) 일년 내내 기후 변화가 없는 열대지역보다는 계절이 바뀌는 지역에 있는 나라 중에 선진국이 많다. 계절이 자주 바뀌는 나라의 사람들은 겨울철에 대비해 여름철에 곡식을 가꾸고 가을에 곡식을 거두는 등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면 기후 변화가 없는 지역에 있는 나라는 기후 변화에 둔감해 정신적으로 해이해지기 쉽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라지는 기업들은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변화가 시작됐음에도 대응능력이 취약하다.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다 보면 성공에 도취돼 외부 변화에 둔감해진다. 결국 경쟁에서 뒤지게 되고 회사는 사라진다. 반면에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한 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스피드와 유연성=다산네트웍스는 국내 유선통신사업자 시장 점유율의 1위의 통신장비 전문기업이다. 광전송장비(FTTx), 이더넷 스위치, 초고속인터넷장비(xDSL) 등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와 IP 셋톱박스, 인터넷전화(VoIP) 등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단말기를 개발, 공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회사였던 다산이 1998년 네트워크 장비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발회사가 있었다. 그러나 혹독한 불황기를 거치며 퇴출되고 몇몇 업체만 생존해 다산이 업계 수위 기업으로 떠올랐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다산의 가장 큰 강점은 스피드와 유연성이다. 다산도 외환위기와 닷컴거품 붕괴 등의 시기에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운 어려움을 겪었으나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위기를 극복했다. 이 같은 벤처 정신, ‘열정과 도전의 정신’이 더해져 오늘의 다산이 됐다. 다산네트웍스의 각 사무실 및 회의실에는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기 싫어하는 자는 핑계를 찾는다’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적극적인 자세와 도전하는 정신을 강조하는 CEO의 당부가 녹아 있는 문구다. 10명도 채 안 되는 직원으로 시작해 330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국내 1위 통신장비 회사인 현재에 이르기 까지 이러한 정신은 다산의 근간이 됐다. ◇연구 중시 문화=연구 중시 문화는 다산네트웍스의 원동력이다. 회사는 연구개발(R&D)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매년 R&D에 투자하고, 전체 임직원의 60% 이상이 순수 연구개발 인력이며, 국내 생산라인은 모두 철수하고 해외 외주생산을 하며 역량을 R&D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은 세계 수준의 기술력으로 2004년 세계적인 통신장비기업인 지멘스의 R&D 투자를 받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통신장비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초고속인터넷 장비뿐 아니라 인터넷 전화, IP셋톱박스 등을 개발, 공급하며 국내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단말기 시장을 선도했다. 특히 2008년 말에는 외산 통신 장비 기업만 공급했던 상위급 광전송장비인 G-PON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공급뿐만 아니라 인도와 일본 등 해외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등 가입자만 장비분야에서 전 제품을 갖춘 세계적인 IP전문기업으로 성장,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했다. ◇소통의 기업 문화=다산네트웍스는 조직의 소통을 중시한다. 개개인의 창의성이 집단의 창의성으로 승화되는 것은 서로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통은 고객 가치 창출의 근간, 집단 창의성 발현의 토대 등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회사 웹진과 그룹웨어 게시판에서는 남민우 사장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Q&A와 자유게시판 등에 대화의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사내 블로그도 남민우 사장의 아이디어다. 임직원 간 소통이 활발해야 회사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또 다산은 자기개발에 대해 끊임 없는 독려하는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남민우 사장은 스스로도 늘 책이나 신문과 함께하고 있으며, 사내에서도 임원 독서토론 모임을 직접 주관해 임직원에게 독서를 적극적으로 독려한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과 함께 임직원들의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한 개개인의 경쟁력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산은 올해 해외 시장 확대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도와 일본 시장에서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400억∼5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하는 시장은 미국 시장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앞으로 10년 안에 1억가구의 인터넷 속도를 100Mbps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국가 광대역통신망 구축계획(NBP)’을 발표했다. 현지 시장 진출의 호기를 맞은 것이다. 많은 사업자에게 다산의 인지도가 높고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서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제대로 된 승부를 할 수 있는 시기로 보고 있다. 다산의 목표는 앞으로 10년 안에 글로벌 순위 톱 5에 진입하는 것이다. 다산네트웍스의 벤처정신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박스>다산네트웍스의 성공요인-위기를 기회로 1993년 설립 이후 꾸준한 성장을 하던 다산네트웍스도 1997년 말 찾아온 IMF의 위기에 속수무책이었다. 환율 때문이었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마이크로텍이라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툴을 수입하던 다산은 100만달러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판매대금을 달러로 바꿔서 송금을 해야 했다. 하지만 환율이 두 배로 뛰는 바람에 송금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남민우 대표는 회사 엔지니어들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상환기한 연장과 더불어 개발용역 일을 맡게 됐고 다산은 다시 기사회생했다. IMF라는 특수한 상황이 실리콘밸리로 향하게 했고,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스코, 이베이와 같은 많은 IT 신생기업을 접할 수 있게 해 사업의 대전환을 가져오게 한 특별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위기는 2000년 코스닥 상장 이후 찾아왔다. 다산은 무리한 투자와 사업부진으로 운영자금까지 바닥을 보일 정도로 위기를 맞게 된다. 회사 부도직전 한 줄기 빛이 비쳤다. 2004년 다산의 기술력을 높이 산 세계적인 기업인 지멘스가 대규모 투자를 제안해온 것이다. 남 사장은 1대 주주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베팅, 지멘스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지멘스의 계열사로 편입된 다산은 지멘스의 정보통신부문 R&D센터로서 세계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하며 세계적인 IP 회사로 명성을 쌓았다. 이후 2007년 지멘스와 노키아가 ‘노키아 지멘스 네트웍스(이하 NSN)’라는 조인트 벤처 회사를 설립하고 각 사의 유선과 무선 사업부를 합병함에 따라 다산네트웍스도 NSN의 계열사가 돼 세계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다산네트웍스는 4년 동안 글로벌 기업의 계열사에 있으면서 글로벌 경영과 세계 수준의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확보했다. 2008년 8월 다산네트웍스는 NSN이 떠나면서 다시 순수 국내 기업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불과 한 달 후,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렸고 다산네트웍스도 고환율과 국내 통신사들의 투자 축소로 휘청했다. 하루가 다르게 널뛰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매주 환율을 점검하고 시시각각 대책을 세웠다. 비용 절감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국내 인프라 투자 증가와 해외 매출 확대로 다시 제 궤도에 올라섰다.
<인터뷰>남민우 사장이 말하는 벤처정신 “벤처가 역동적으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뭉쳐진 도전 정신이 그 바탕이 돼야 합니다. 열정이 넘치는 도전 정신이 바로 벤처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남민우 사장은 최근 사회 전반에 벤처정신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 한다. 우리가 IMF를 슬기롭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도전과 벤처 정신 덕분이었다.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일을 1%의 가능성과 성공을 향한 열정을 갖고 도전하고 실패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다른 생태계의 순환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새롭게 탄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거쳐서 발전해 갑니다. 벤처는 초기 창업과 성장의 과정을 대표하는 기업의 단계로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에 기반한 신제품 개발과 신시장의 개척이 주요한 역할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벤처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남 사장은 “시장에서의 학습 능력과 적응 능력이 뛰어나야만 변해가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벤처가 생존 할 수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의 벤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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