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중국한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뺏기겠다.” 전기차 관계자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주 폐막한 베이징 모터쇼를 통해 중국전기차산업은 전폭적 정부지원에 힘입어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확인한 반면 국내 전기차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 논란으로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6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한중일 3국 중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전기차 지원정책이 가장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올초 시판에 들어간 미쓰비시의 전기경차 ‘아이미브’를 비롯해 고속전기차 구매자에게 대당 139만엔(1650만원)의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 수입된 저속전기차 ‘이존’도 대당 70만엔(830만원) 내외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일본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급을 위해 90억엔(107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각 지자체도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정부도 전기차 보급을 위한 지원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중국정부는 자국산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최소 1만위안에서 5만위안(82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기차 보급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달리 중국정부는 저속, 고속전기차의 등급구분 없이 연료절감효과에 따라서 보조금 규모를 차등화할 계획이다. 베이징 모터쇼를 방문한 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오는 여름 확정될 중국정부의 전기차 지원대책이 충분하면 전기차 "리프"를 중국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친환경 전기차 보급에 대해 정부차원의 이렇다할 지원책은 없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이미 시속 60㎞ 이하의 저속전기차는 친환경 효과가 낮아 정부보조금 지원대상이 아니라고 공언했다. 공공기관이 고속전기차를 도입할 때 정부 보조금 여부도 오는 8월 시작되는 전기차 시범운행 실증사업 결과를 보고서 정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전기차업계는 우리 정부의 전기차 지원책이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 너무 미흡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춘건 한국전기차산업협회장은 “저속전기차를 처음부터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빼놓은 것은 완성차 업체에 편향된 정책이다. 한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니려면 최소한 중국 수준의 차별없는 전기차 지원책은 따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는 저속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검토 중이라는 일부 언론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 교통환경과의 김종민 사무관은 “오는 8월 전기차 시범운행 실증사업에 중소기업이 만든 저속전기차도 포함시켜서 테스트한 다음에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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