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컴퓨팅을 도입하는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단말기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 모바일 운용체계(OS)나 단말기마다 제각각인 해상도를 고려해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이어 아이패드, 스마트북 등 새로운 개념의 단말기가 계속 출시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많은 기업들이 모바일 컴퓨팅이나 모바일 서비스를 도입할 때 특정 브랜드의 단말기로 적용 영역을 한정시키거나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대표 박준현)이 한번 개발로 복수의 모바일 단말기를 손쉽게 지원할 수 있는 모바일 통합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신개념의 모바일 증권서비스를 오는 5월 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업 대 소비자(B2C) 시장에서 ‘원 소스 멀티 디바이스’ 기술을 구현한 것은 세계 최초라는 게 삼성증권의 설명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유무선통합(FMC)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오피스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관심을 모았던 삼성증권이 이제는 모바일 증권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모바일 통합프레임워크는 한번 개발된 서비스를 다양한 디바이스 및 OS 환경에서 손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기 전까지만 해도 삼성증권은 다른 회사와 똑같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디바이스에 맞춰 기존 서비스를 구현해 주고 유지보수해 나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다.
삼성증권 정상교 상무는 “고객들이 사용하고자 하는 모든 휴대폰에 대해 추가 개발를 통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해 나간다는 것은 기업의 IT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보통 디바이스별로 추가 개발과 테스트 등의 작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이것도 문제지만 불가능에 가까웠던 서비스 제공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모바일 통합프레임워크를 적용해 만든 모바일 서비스는 오는 5월 1일에 ‘엠 팝 프로(mPOP pro)’라는 이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현재 다른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모바일 증권 서비스와 많은 차이가 있다. PC의 HTS와 동일한 실시간 시세정보 제공과 함께 금융권 최초로 국내주식, 선물옵션, ELW, 해외주식, 펀드매매, 금융상품 매매, 뱅킹, 고객자산관리 서비스 총 8개 업무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서비스의 경우 스마트폰 뿐 아니라 향후 아이패드 같은 신규 태블릿 기기 사용자들에게도 아무런 제약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단말기 종류와 OS 상관없이 지원=삼성증권의 모바일 통합프레임워크는 하나의 서비스를 스마트폰 단말기 종류와 OS에 무관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어떤 기술을 적용했기에 가능한 것일까.
삼성증권측은 모바일 통합프레임워크 구축 당시 이러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용화된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솔루션을 일부 적용했지만 이 솔루션은 기업간(B2B) 서비스만 지원해 왔기 때문에 사용자 환경이 천차만별인 B2C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발 작업들이 많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솔루션 업체의 본사 개발자들이 대거 참여해 삼성증권 관계자와 관련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
삼성증권의 모바일 통합프레임워크는 사용자의 스마트폰에서 주문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증권의 중앙 서버에서 모든 작업들이 처리되도록 했다. 즉, 실제로는 모든 증권 서비스들이 중앙서버에서 돌아가는 것이고, 고객에게 보여지는 것은 가상화된 이미지인 것이다.
물론 삼성증권이 처음부터 이러한 전략을 추진해 왔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다른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에 맞춰 관련 모바일 서비스를 접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단말기를 지원하기 위한 개발 비용 및 유지보수 비용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던 중 이러한 ‘원소스 멀티디바이스’ 전략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삼성증권이 모바일 통합프레임워크 구축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지난해말부터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을 시작해 약 5개월여만에 프로젝트를 완료한 것이다. 오는 5월 초에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현재 막바지 테스트를 한창 진행중이다.
삼성증권 정보기술팀 박진범 차장은 “전세계적으로 모바일 통합프레임워크 구축에 대한 사례가 없어 관련 요건을 구체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특히 금융 시스템의 특성상 정보 보안, 공인인증서 등의 문제를 추가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HTS를 모바일로 그대로 옮겨와=지금까지 증권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서비스는 단말기의 특성상 제공될 수 있는 서비스가 한정돼 있었고, PC 기반의 HTS와 달리 단순한 화면 구성이다 보니 고객들이 시세 조회 위주로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그러나 엠 팝 프로 서비스는 마치 PC에서 사용하는 HTS를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
삼성증권 김상수 차장은 “기존의 모바일 증권 서비스처럼 각 단말기에 특화된 서비스 형태가 아니라 모든 스마트폰 단말기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고, 주문 종합화면 제공 등과 함께 고객의 편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실시간 시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라고 자신했다.
정 상무는 “엠 팝 프로는 기존 모바일 서비스가 가지는 한계를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모바일 증권거래시스템을 제공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국내 주식 거래 뿐만 아니라 ELW, 선물·옵션, 금융상품 매매, 해외 주식 거래 등의 실시간 시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은 HTS에서 제공받던 동일한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모바일 통합프레임워크가 가지는 이점은 많다. 기존의 PC용 HTS 개발프레임워크를 스마트폰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게 개발프레임워크를 일원화함으로써 개발의 편의성 및 서비스 적시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도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성과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은 HTS의 신규 콘텐츠를 모바일 서비스에 동시에 제공할 수 있게 됐고, 기존처럼 모바일서비스 지원을 위한 추가 개발비와 유지보수비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제도나 법규의 변경시에도 예전에는 단말기별로 2개월 정도 걸리던 개발 기간을 이제는 하루 정도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서비스 이용에 있어서의 데이터 전송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사용자가 부담하는 이용 요금도 줄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에 증권서비스 프로그램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정보 보호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증권측은 엠 팝 프로 오픈과 함께 모바일 부분에 있어 거래 수수료 인하, 체험 행사 등의 대대적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모바일 트레이딩 서비스 분야의 강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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