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공비행하는 엔화가 2분기 IT상장사 실적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지난해 값비싼 엔화가 우리 IT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지만 최근 엔화 가치 급락으로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IT상장사의 이익이 다소 줄 수는 있지만 그동안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높여온 만큼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300원대에서 횡보하던 100엔당 원엔 환율은 최근 1100원대를 찍었다. 9일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엔 환율은 11원 내린 1194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들어 처음으로 1200원대가 무너진 이래 리먼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달 간 하락률은 5.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면서 달러화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경우 원엔 환율이 더 내릴 수 있다”며 “특히 원화 강세 요인(MSCI지수 편입·위안화 절상 등)에 따라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금융시장의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엔화 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수출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IT와 자동차 부분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엔 환율 하락은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며 “역사적으로 자동차와 IT 하드웨어 업종이 원엔 환율 하락시 실적이 하향 조정됐다”고 분석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도 “엔화 약세가 국내 수출기업들의 이익모멘텀을 둔화 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하락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엔화가 급락했지만 절대값은 여전히 높다.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2008년 이후 크게 향상된 것도 환율 영향력을 상쇄할 전망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급락했지만 2000년 이후 평균 원엔 환율 수준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기업의 제품 경쟁력 강화, 시장 지배력 향상 등을 고려할 때 치명적인 환율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김영준 연구원도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높여 온 것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결국 외환시장의 변화는 국가간 경쟁력 변화의 반작용”이라며 “엔화 약세는 상대적으로 견실한 회복세를 보였던 국내 경기환경을 확인시켜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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