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년 동안 아웃소싱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규모면에서도 크게 성장했지만 그 역할이 단순한 업무 효율이나 비용 절감을 추구하던 초기 모습에서 최근에는 혁신의 동반자,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역할 변화는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코닥으로부터 본격 태동한 아웃소싱 아웃소싱이 생소하던 1980년대 후반 이스트만코닥은 아웃소싱 역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을 만들었다. 코닥은 1989년 IT부문을 일괄 아웃소싱하면서 자사 직원을 대거 아웃소싱 공급기업으로 이직시켰고 데이터센터를 10년간 2억5000만달러에 위탁 운영하도록 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대기업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IT를 지원했기 때문에 코닥의 이러한 행보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후 아웃소싱은 기업들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아웃소싱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을 ‘코닥 효과’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코닥은 가장 우수한 품질을 가진 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기술을 개발했고 결국 업계 최고의 필름 제조사가 됐다. 그러나 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코닥은 방대한 조직 구조로는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시장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코닥은 비효율적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합병했다. 또 대대적인 정보시스템 개혁에 착수했으며 정보시스템 관련 기능을 각 사업부로 이양하고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기능은 아웃소싱했다. 코닥은 아웃소싱을 통해 정보시스템 부서의 비효율을 최소화하고,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 사례로 손꼽힌다. 코닥 이후 런던증권거래소, 듀퐁,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다우케미컬 등 각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IT아웃소싱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아웃소싱 시장은 코닥 효과의 여파와 PC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이 시기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CEO의 경영방식이 유행하던 때로, 기업이 구조조정 수단으로 아웃소싱을 채택하기도 했다. 당시 기업들은 재무, 회계, 인사관리 같은 업무를 위탁 운영하며 아웃소싱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이때만하더라도 아웃소싱이 추구하던 목표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 더 나아가 기업의 핵심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아웃소싱의 목표가 민첩성으로 이동 기업은 내부적으로 IT 구매 비용에서 하드웨어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고 싶어한다. 그 결과 하드웨어 아웃소싱을 선택한다. 그렇게 하면 하드웨어를 구입하지 않고 빌려 쓸 수 있으므로 비용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하드웨어 아웃소싱을 채택하고 초기에 기업 내부의 서버 및 스토리지를 정리하면서 아웃소싱 기업에게 하드웨어를 팔아 넘기고 얼마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스트만코닥과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웃소싱은 주로 IT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 하드웨어에서 시작된다. 여기서 줄어든 비용을 그대로 절감 효과로 생각한 것이다. 하드웨어 아웃소싱의 단점 중 하나는 일부 기업이 중복 및 비효율적인 비용을 많이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복잡한 IT를 운영하기 위해 하드웨어 아웃소싱을 선택해 단기간에 들어갈 비용을 장기간으로 나눠서 지불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이스트만코닥과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자사의 아웃소싱 공급기업들에 ‘기능과 프로세스를 단축시켜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물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러다 아웃소싱 계약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기업들이 서비스 품질, 효율, 효과 등과 같은 아웃소싱 수행능력을 엑셀 스프레드시트로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기업들은 ‘아웃소싱을 통해서 좀 더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사보다 빠르게 제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명확한 요구사항을 아웃소싱 기업에 밝혔다. 이는 아웃소싱의 무게중심이 비용 절감이나 업무 효율에서 ‘민첩성’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웃소싱이 기업의 비즈니스 가치를 올리는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관리해야 한다.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IT 예산의 75%가 현 상태의 IT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은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며 더 많은 가치를 만들 수 있지만 여기에 투자하는 금액은 하드웨어 운영보다 적다. 하드웨어는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고급인력을 필요로 한다. 결국 이것은 사람을 운영하는 것이니 기계를 운영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캐나다 포스트는 1990년대 초반 최초로 애플리케이션 관리 아웃소싱을 대규모로 단행했다. 당시는 기업들이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서버 및 분산 컴퓨팅으로 마이그레이션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캐나다 포스트 경영진은 내부 인력만으로 시스템 마이그레이션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아웃소싱을 선택했다. 캐나다 포스트는 아웃소싱을 통해 핵심 비즈니스와 고객의 요구사항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으며 리스크와 비용을 모두 줄일 수 있었다.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은 1990년대 중반에 일어났다. 듀퐁이 애플리케이션과 IT인프라 아웃소싱 계약을 맺으며 2개의 아웃소싱 공급기업에 단순한 계약 관계를 넘어선 ‘파트너십’이라는 표현을 썼다. 아웃소싱의 가치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 것이다. 듀퐁은 10년 동안 40억달러를 IT아웃소싱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IT아웃소싱 시장은 일대 전환기를 맞이했다. 듀퐁의 IT아웃소싱에 참여한 두 기업은 듀퐁 덕분에 IT 분야 리더로 인정받았고 비용 효율성 및 우수 사례 모델로 영향을 끼쳤다. 듀퐁은 생산성과 납기 속도 및 기업의 IT 투자 가치를 높이며 아웃소싱의 가치를 새롭게 했다. 듀퐁은 최저 입찰자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거나 다른 업무를 미루지 않아도 됐고, 높은 수준의 업무 목표를 수립하고 비즈니스 전략과 성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듀퐁은 다양한 투자 증가, 비즈니스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유연성, 최첨단 비즈니스 솔루션·방법·기술 등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라는 IT아웃소싱 목표를 달성했다.
#새로운 아웃소싱 목표 등장 2001년 액센츄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웃소싱은 기존의 비용 절감 효과 창출 측면에서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웃소싱은 스스로 엄격한 서비스 수준 협약, 패널티 제도 등 눈에 보이는 평가에 더 초점을 맞추며 비즈니스 가치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내부 자원 및 제품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를 잘 조직해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더 많은 협력 관계를 구축해 비용 절감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2002년 BP는 자사의 재무 및 회계 아웃소싱 계약을 갱신하면서 두 가지 변화를 꾀했다. 하나는 회사와 아웃소싱 공급 업체가 연간 비용 및 서비스 수준 목표 설정 보상 조항에 리스크 분배도 넣도록 한 일이다. 또 아웃소싱 공급기업이 그 목표를 달성할 경우 추가로 금전적인 보상을 받도록 계약사항에 명시했다. 다른 하나는 아웃소싱 공급기업이 계약기간 혁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애플리케이션 및 기술을 제안하게 한 것이다. BP는 아웃소싱 공급기업이 혁신을 위해 서비스를 먼저 제안해 제공해주기를 기대하며 이러한 조항을 계약사항에 포함시킨 것이다. 지난 30여년간 기업들은 IT아웃소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IT아웃소싱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다. 현재 기업들은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요구사항을 추가하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공급기업은 외면받게 될 것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서비스 요청 기업과 아웃소싱 공급기업의 관계는 파트너십으로 변모했다. 이 단어는 단순한 서비스 사용자와 서비스 공급자의 관계를 넘어서 서로가 서로의 성공을 위해 기여하는 관계로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 10년인 현재, 아웃소싱에 대한 기업의 요구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 추구했던 비용 절감, 업무 효율, 민첩성과 같은 가치들이 사라지거나 덜 중요해진 것은 아니다. 그것들 역시 중요한 조건이며 현재는 거기에 새로운 항목들이 추가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제 기업의 혁신은 기업의 지속성을 위한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아웃소싱 역시 이미 제품수명주기관리(PLM)와 같은 다른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 우주·방위 산업체가 상세 도면이나 사양같은 항공기 엔지니어링 서비스 영역을 외주 개발로 구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새롭게 부상하는 아웃소싱은 지식 기반 서비스의 아웃소싱이다. 어떤 지식은 미래에 경쟁 우위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업 고유의 지식재산권으로 내부에 남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추진을 외부의 전문 기업에 위탁할 수 있고, 추진 방법이나 혁신 방법을 찾는 데 외부 전문가 집단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미 기업이 대학 및 민간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의존도가 높아진 것을 보면, 지식 아웃소싱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웃소싱 공급기업은 차별적이고 혁신적인 제품과 프로세스 제공자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으며, 이런 기능은 협력사를 찾아내는 서비스로도 확대될 것이다. 또 신흥 시장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춘 지식 서비스도 주목받게 될 것이다. 애런 페리먼 액센츄어 TGP 상무 aaron.perryman@accen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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