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SK텔레콤의 주간 업무보고 체계에 변화가 생겼다. 일주일에 한번씩 팀원들의 주간업무 보고자료를 취합해야 하는 주간 업무보고 담당자를 정하지 않아도 되게 됐기 때문이다. 모든 팀원들은 중앙 서버에 접속해 주간 업무보고 문서에 각자 업무 사항을 추가하면 되는 식으로 업무처리 방식이 바뀌었다. 올초 통합 문서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일어난 변화 중 하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초부터 사내 직원들의 협업을 활성화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골몰했다. 많은 직원들의 공동작업이 결국 문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했고, 한 곳에서 문서가 유통 및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 취합과 수정에 드는 시간이 크게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 기업들은 기업콘텐츠관리(ECM)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PC제어를 통해 모든 개인PC의 생성문서를 중앙서버에 저장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처음부터 강제로 문서중앙화를 추진하지는 않았다. 자유롭게 사용을 권고한 상태에서 많은 직원들이 사용법을 숙지하도록 하고 이후 개인 PC의 기존 작업 환경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문서를 중앙관리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변화관리 계획을 세웠다. 우선 일부 보고 문서와 공동 작업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문서를 중심으로 반드시 ECM을 사용하도록 하고, 이외 문서에 대해서는 필요한 직원들이 협업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SK텔레콤 비즈솔루션팀의 이철행 팀장은 “경영진의 강력한 권고를 바탕으로 처음부터 개인PC의 문서를 모두 중앙화하면서 활용도를 높일 수도 있지만, 임직원들의 자율성을 제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기업문화의 일부분이 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일부 중요 문서는 중앙서버에 저장하도록 하는 강제성과 개인의 자율적 활용을 혼용해 일정기간 병행을 한 후 장단점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사용이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지나친 강제화는 자칫 창의적 사고를 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구축 과정에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셰어포인트 제품을 사용했는데, 솔루션 커스터마이징이 쉽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지원이 안된다고 규정한 경우 개선 방법이 없어 결국 일부 기능의 활용을 포기하기도 했다. 워드, 파워포인트, 액셀 등 포맷이 다른 파일들을 등록하고자 할 때 파일을 한번 저장할 때마다 해당 파일의 포맷을 묻는 팝업창이 뜨도록 돼 있어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일 파일 포맷만을 표준으로 정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패키지내에 다양한 포맷별로 템플릿을 올려놓을 수 있는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워드 포맷만을 활용하기로 했다. 또 한글 사용자에 대한 지원이 미약해 일부 애로사항이 있기도 했으며 최종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지난 2월경 2개 본부 11개팀 150여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ECM시스템을 시범 오픈했다. 이어 3월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시범 가동했다. 고객목소리(VOC) 수렴 후 수정작업을 거쳐 오는 5월 전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본격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ECM 사용법을 1인당 3시간씩 교육하고 있다. 현재 개인이 ECM 시스템에 접속하면 개인함, 부서함 등 폴더가 있어 개인적인 문서와 부서별 문서를 보관할 수 있도록 마련돼있으며 프로젝트 룸 등을 통해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협업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SK텔레콤 비즈솔루션팀의 김상수 매니저는 “폴더를 만들고 산출물들을 등록하면 해당 프로젝트 진행 단계와 현황을 한 눈에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5월 전사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전까지는 3월부터 시범 사용했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정사항을 받아 이를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 보장을 위해 개인만 볼 수 있도록 개인 문서함을 뒀지만,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직원들이 있을 경우 공유 기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SK텔레콤은 올 상반기부터 임직원의 스마트폰 업무 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 스마트폰 업무환경과 ECM 시스템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모바일 상태에서도 언제든 회사 문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ECM 기반 문서 협업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ECM 시스템의 폴더체계가 한 눈에 보이도록 하고, 폴더 내 필요한 문서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내 보안 체계를 스마트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바일 사설가설망(VPN) 등 강력한 스마트폰 보안체계를 고민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5월경 2단계 시스템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 구체적인 설계안을 마련 중인데, 영문과 중문 등 다국어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계획도 포함될 예정이다. 또 ‘PC 자동동기화’ 기능을 통해 개인의 PC에서 작업한 내용이 자동으로 중앙 서버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이철행 SK텔레콤 비즈솔루션팀 팀장 --ECM 도입 후 체감할 수 있는 프로세스 변화는 무엇인가. ▲업무 프로세스가 간결해진 점이다. IT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요구사항을 분석해 문서화하면 설계자가 개발자에게 코드를 넘겨준다. 다시 문서 작업 이후 취합과 검수를 거치는데 통상 이러한 협업이 e메일과 전화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거나 출장을 가면 무한정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ECM 시스템내에 문서를 확인할 사람 등 검수 권한자를 지정하면 해당 실무자들이 이 시스템에 들어와서 즉각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MS 셰어포인트를 선택한 배경이 있나. ▲지난해 9월 통합 문서관리 프로젝트 추진을 결정하고 기업콘텐츠관리(ECM) 패키지 도입을 위해 EMC, MS, IBM, 오라클 등 5개 이상의 패키지를 동시에 검토했다. 기술검증(POC/ 등을 거친 후 내부 평가단의 평가를 거쳐 URL 첨부기능, 공동 편집기능 등 협업 기능에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MS의 셰어포인트 패키지를 선정했다. 기존 MS 오피스 제품군들과의 연계성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사용 권고시 어려움은 없었나. ▲일부 사용자들의 경우 지식관리(KM) 시스템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KM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가치있는 산출물을 만드는 과정으로서 ECM 프로젝트의 장점을 설명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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