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스코는 HP와의 협력 관계를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4월 30일부로 만료되는 HP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시스코의 입장은 “두 회사의 방향성이 서로 조화될 수 없고…HP와 미래 비즈니스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것이다. 이는 시스코, HP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IBM, HP, 시스코, 오라클 등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을 보유한 빅4 업체들은 이전의 협력-경쟁(코피티션) 대신 완전경쟁체제로 접어들었고 단일 업체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데이터센터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인프라스트럭처 제품을 제공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화로 2.0 시대를 열고 있는데 네트워크 부문만은 아직 외따로 떨어져 있다. 네트워크까지 통합된 자동화· 상화를 구현해야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지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완전경쟁체제 접어든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가트너와 IDC 등 세계 시장조사업체의 최근 서버 시장 보고서를 보면 시장과 기술 측면에서 두드러진 현상이 각각 눈에 띈다. 시장 측면에서는 가속화되는 업체 통합으로 벤더 간 완전 경쟁체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며 기술 측면에서는 x86 서버가 서버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기술 측면에서 x86 서버 확산은 가상화와 MS 윈도 서버 운용체계(OS)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트너가 2월말 발표한 2009년 4분기 전세계 서버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3분기부터 x86 서버 확산에 힘입어 서버 시장이 회복되고 있으며 상승 무드는 4분기에도 이어졌다. 이 보고서는 2009년 4분기 시장이 2008년 3분기 대비 공급대수는 4.5% 상승, 매출은 3.2% 하락했다고 밝혔다. x86 서버의 확산은 서버 가상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리적 서버 내 가상 서버(VM)들간 고가용성, 외부 네트워크 스토리지 기반의 데이터 복제 등은 기존에 고성능과 안정성을 이유로 유닉스 서버를 요구했던 업무들이 x86 서버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칼 에센바흐 VM웨어 수석부사장도 CIO BIZ+와의 인터뷰에서 “신규 판매 서버의 90%가 x86 기반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센터의 서버 플랫폼이 이미 x86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트너 4분기 서버 시장 조사에서도 RISC/아이테니엄 유닉스 서버는 공급 30.5% 하락, 매출 20%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벤더 통합 현상이 활발하다. 현재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에서 서버 부문은 4개 벤더로 압축된다. IDC가 최근 발표한 2009년 4분기 전 세계 서버 시장 점유율을 보면 IBM, HP가 각각 30% 이상 점유하고 있으며 델과 선(오라클)이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 서버 업체들이 나머지 10%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통합컴퓨팅시스템(UCS)을 발표한 시스코 역시 이 10% 시장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서버 업체의 독과점 현상과 함께 설명돼야 할 것은 서버와 네트워크, 관리 솔루션의 통합 제공 움직임이다. 이는 시스코의 서버 시장 참여, HP의 쓰리콤 인수 등으로 설명된다. 10년 전 네트워크 사업부를 시스코에 매각한 IBM 역시 다시 네트워크 전문 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이러한 현상은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2.0이라는 새로운 화두와 직결되는데,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2.0의 핵심은 바로 네트워크의 부상이다. 네트워크는 데이터센터의 필수 요소이지만 지금까지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버, 스토리지에 그 우선순위가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화는 데이터센터에서의 네트워킹에 주목하도록 만들고 있다. ◇클라우드와 가상화로 네트워킹 더욱 중요=가상화가 확산되면서 서버 환경은 큰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네트워크는 상대적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물리적 서버 한 대에 다수의 업무 애플리케이션이 가상서버 형태로 운영되면서 서버의 메모리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메모리 증설과 함께 데이터 I/O 병목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 환경의 복잡성을 통제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이 필요해졌다. IP어드레스 관리, DNS, 라우팅과 스위칭 환경설정(컨피규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 관리는 여전히 수작업의 중노동이다. 서버와 데이터센터가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발전해나가는 동안 네트워크는 여전히 스프레드시트에 의한 IP어드레스 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외신은 네트워크 자동화 솔루션 업체인 인포블록스의 그레그 네스 수석 이사의 말을 인용해 “서버와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화로 발전해 가고 있는데 네트워크는 어제의 기술”이라고 지적한다. 애플리케이션과 서버 인프라스트럭처는 자동화돼 비즈니스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자원 할당, 배치가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네트워크는 그렇지 못하다. 또한 네트워크 관리 자동화 없이 서버, 스토리지, 애플리케이션의 워크로드와 자원 배치 자동화는 데이터센터의 반쪽짜리 자동화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시스코, HP 그리고 IBM에까지 거대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 벤더들이 자사에게 부족한 나머지를 서둘러 채우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자동화는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인프라스트럭처의 엔드투엔드 자동화로서 구현될 수 있으며, 데이터센터 전체 아키텍처의 자동화를 구현하는 것이 인프라스트럭처 2.0이다. 또한 데이터센터 인프라스트럭처 2.0은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각 부문별 자동화가 아닌 통합 자동화로서 구현될 수 있다. 이러한 솔루션으로는 시스코의 UCS나 브이블록, HP의 통합 솔루션 패키지인 블레이드시스템 매트릭스가 대표적이다. HP 통합 인프라스트럭처 솔루션인 HP 블레이드시스템 매트릭스는 마더보드 상에서 10GB 이더넷을 구현해 가상화 환경에서의 데이터 I/O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HP의 통합 인프라스트럭처 비전은 블레이드서버와 버추얼 커넥트 2가지로 요약된다. HP 버추얼 커넥트는 서버 간의 연결과 네트워킹 단순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서버 컴포넌트들이 외부 LAN과 SAN에 대해 한 시스템처럼 여기도록 만든다. 김영채 한국HP 부장은 “본사의 쓰리콤 인수는 HP 통합 인프라스트럭처 비전에서 네트워크 부문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올해에도 데이터센터의 화두는 단연 가상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CIO BIZ+의 ‘CIO 서베이 2010’에서도 국내 주요 기업의 CIO들이 올해 시급하게 도입하거나 확대 적용할 기술 중 1순위로 가상화를 꼽았으며 2011년 이후의 1순위로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꼽았다. 가트너가 올 초 발표한 ‘CIO의 전략적 기술 투자 우선 순위’ 보고서에서도 1위 가상화, 2위 클라우드 컴퓨팅, 3위 웹2.0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상화가 국내외 CIO들에게 데이터센터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맞추어 시스코, HP, IBM, VM웨어, EMC, 넷앱 등 솔루션 제공 업체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요구를 위한 통합 패키지 솔루션을 발표하고 있다. 시스코는 컴퓨팅과 스토리지 액세스 및 네트워킹을 가상화에 최적화한 통합 컴퓨팅 시스템 UCS(Unified Computing System)를 발표한 이후에도 VM웨어, EMC와 연합해 더욱 큰 범위의 솔루션을 통합한 VCE 브이블록(Virtual Computing Environment vBlock) 패키지를 발표했으며 HP 또한 HP 블레이드 시스템 매트릭스라고 하는 통합 패키지 솔루션을 발표하였다. 그러면 왜 업체는 통합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걸까. 기업이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솔루션을 선정하여 구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과연 통합 솔루션을 사용할 때 이점이 있는 것인지, 제공업체 간 통합 패키지 솔루션 차이는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차세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통합 솔루션 패키지가 갖는 혜택에 대해 살펴보자. ◇데이터센터의 신기술 세 가지=통합 솔루션 패키지는 여러 가지의 차세대 데이터센터 신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신기술은 크게 3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데이터센터 기반 구조의 혁신을 가져오는 통합 패브릭(Unified Fabric) 및 가상화 기술이며, 둘째는 운영 자동화 기술로서 오케스트레이션 및 프로비저닝을 포함한다. 이는 ‘서비스 요구 즉시 제공’이라고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위한 필수 요소 기술이다. 셋째는 전력·냉각·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그린 데이터센터 기술을 들 수 있다. 첫번째 통합 패브릭은 △LAN(Local Area Network)과 SAN(Storage Area Network)이 왜 분리되어 있어야 하는가 △LAN과 SAN의 스위치 장비, 케이블, 서버의 어댑터를 하나로 통합할 수는 없는가 △통합할 수 있다면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복잡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FCoE(Fibre Channel over Ethernet)이라고 하는 표준 신기술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적용되고 있다. 가상화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물리적으로는 하나이지만 논리적으로 여러 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하드웨어’라는 다이앤 그린 VM웨어 전 CEO의 유명한 말처럼 서버의 경우 하이퍼바이저라고 하는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여러 개의 가상 서버로 나눠 사용한다. 이 기술은 이전부터 LAN 스위치(VLAN-가상LAN), SAN 스위치(VSAN-가상SAN)에 사용되었으며, 서버에 이어 스토리지, 방화벽, L4-7 등 전 데이터센터 자원에 대한 가상화 지원 제품들이 제공되고 있다. 통합 패키지 솔루션에는 가상화 솔루션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세번째 자동화 기술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 자원을 할당(Orchestration)하고 구성(Provisioning) 하는 것이다. 통합 패키지 솔루션에는 이러한 사상과 신기술이 반영돼 있다. 예를 들어 시스코 UCS는 10Gbps FCoE를 지원하는 서버 어댑터(CNA-Converged Network Adapter) 및 서버를 연결하는 통합 패브릭 스위치를 포함하고 있다. VM웨어·시스코·EMC 통합 패키지 솔루션인 VCE 브이 블록 또한 시스코 UCS를 포함하므로 통합 패브릭을 포함하며 VM웨어의 가상화 솔루션, EMC 아이오닉스 자동화 기술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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