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로 애플 아이폰(iphone)이 국내에 상륙한지 100일을 맞는다. 일일평균 4000대 개통이라는 메가 히트 아이폰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 환경과 소비자들의 휴대폰 사용형태를 크게 바꿔 놓았다. 이동통신사 중심의 폐쇄적인 산업·서비스 구조는 ‘참여와 공유, 상생’이라는 틀 속에 다양한 생태계 주체들이 얽혀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몰랐던 국내 소비자들은 온라인장터의 위력을 실감했으며 정부와 이통사, 제조사는 이동통신망을 활용한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아이폰 상륙 100일, 그 변화상을 되짚어 본다. ◇I(mobile Internet)=아이폰 출시가 몰고온 우리 산업과 생활의 변화는 앞서 인터넷 혁명에 버금가는 ‘제2의 IT 혁명’에 비견된다. 아이폰 출시 이후 쏟아져 나온 스마트폰 요금제는 그동안 우리를 지배했던 무선인터넷 ‘요금폭탄’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우기 시작했다. 국내 제품에 제외됐던 와이파이(WiFi) 통신모듈은 이제 기본이다. 지난달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KT를 이용한 스마트폰 무선인터넷 트래픽은 아이폰 출시 전 11개월의 월평균치가 총 415,314MB, 가입자당 14.0MB였던 것이 출시후 두달간 평균 50,836,844MB, 150.5MB로 집계돼 각각 약 122배, 11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현재 아이폰 판매량이 40만대에 육박한 데다 삼성전자의 옴니아2를 비롯해 모토로이 등 안드로이드폰까지 가세한 다른 이통사 수치까지 감안하면 그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P(Prosumer·Productivity)=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의 확산은 모바일 세대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직접 앱스토어에서 자신이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원하는 대로 ‘프로슈머’로서 스마트폰을 꾸미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지난 1월까지 두달간 아이폰 사용자들은 평균 33개의 유·무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고 전체적으로는 45억원 가량의 유료구매가 이뤄진 것으로 추산됐다. 또 스마트폰을 직원들에 지급하고 e메일 송수신, 결재 등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한 ‘스마트 오피스’를 실현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1인당 하루 65분의 업무시간이 절감되는 생산성 제고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H(Happiness)=또 다른 조사에서는 아이폰이 종합만족도·추천의향·재구매의향 등 3개 지표에서 모두 85% 이상의 만족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사용자 만족도는 아이폰이 제공하는 ‘디자인’(92.1%) ‘애플리케이션’(89.5%) ‘무선인터넷 처리속도’(87.8%) 등에 따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출시 이후 얼리어댑터나 IT에 밝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던 스마트폰이 여성 사용자들로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본지의 지난 2월 조사에서 여성 스마트폰 사용자는 전체의 22%에 달했다. ◇O(Open)=아이폰 출시는 이통사가 공급 단말과 애플리케이션, 무선인터넷 접속 방식 등을 정하던 기존의 ‘닫힌 정원(Walled Garden)’을 개방하는 계기가 됐다. 앱스토어라는 공개무대는 ‘개발·소비자 참여증대→오픈마켓 활성화→SW·콘텐츠·주변기기 등 연관산업 발전→소비자 삶의 방식 혁신’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잉태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아이폰 등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서비스 시장이 향후 3년간 2.6조원 규모의 IT 시장과 5000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Network)=모바일은 이통사와 SW·콘텐츠 업계에 국한된 테마가 아니라 금융·제조·유통·교육·광고·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산형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구도를 낳고 있다. 이미 하나은행·기업은행 등 은행들과 SK증권 등 증권사들이 아이폰을 이용한 금융 서비스를 내놨다. 이에 힘입어 모바일 뱅킹은 2012년 지난해 대비 6배 이상의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또 전세계와 연결된 앱스토어를 이용해 국내 기업들이 아이디어만으로도 손쉽게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게 됐다. 이미 앱스토어 전체 유료애플리케이션 100위 안에 든 국내 애플리케이션이 5개에 달한다. ◇E(Evolution)=모바일 생태계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이통사들은 저렴한 무선인터넷 요금제를 선보이는 한편, 애플리케이션 개발사(자)들의 자사 앱스토어로 이끌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도 윈도모바일(WM)·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와 자체 플랫폼을 토대로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 사용자환경(UX·UI)을 제공하는 스마트폰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릴 것없이 모바일 정당을 선언하며 유권자들과 접점을 넓히는 한편, 보편적인 서비스로서의 무선인터넷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정부도 스마트폰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트위터 등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며 국정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이폰 효과와 모바일 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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