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첫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발표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향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후 ‘녹색’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관통하는 화두로 떠올랐고 웬만한 정책이나 전략·상품·서비스에 ‘녹색’이 앞서 붙게 됐다. 정부의 모든 정책 방향도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춰졌다. 이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상당부분 결실을 얻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녹색뉴딜과 녹색성장위원회 발족, 녹색성장 5개년 계획, 온실가스 감축목표 확정 등 녹색성장 10대 뉴스를 자체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 2년이 녹색성장의 기본 토대가 구축됐다면 올해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기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김상협 청와대 미래비전비서관은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만큼 올해는 구체적인 실천영역에서 녹색성장이 구현되는 한 해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하는 문제와 부문별·업종별·사업장별 감축계획 및 실천계획을 수립하는 게 당면과제”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에너지목표관리제도나 부문별·업종별 온실가스 감축 할당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계는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이 기업의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에 정부는 생활부문과 더불어 산업계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입법예고된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안)에는 약 2300석유환산톤(toe) 이상의 사업장이 모두 에너지목표관리제도 적용 대상으로 명시돼 있어 산업계와 정부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에너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이중 규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기준을 설정하고 향후 실시될 배출권거래제도와 원활하게 연계하는 것도 숙제다. 최광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팀장은 “오는 7월까지 완료되는 부문별·업종별 중기 감축목표와 온실가스 감축 종합 실행계획은 무엇보다 정부와 산업계의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의 입장”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이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발표한 녹색벤처 육성계획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까지 1000개의 녹색전문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3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녹색인증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녹색분야 유망기술이나 핵심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이 투자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녹색인증제가 실질적인 투자지표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녹색인증을 받은 기업과 녹색 프로젝트에 관한 신용보증, 금융권의 투·융자 지원 등 녹색인증이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세부적인 실행계획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녹색인증기준 또한 일부 현실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막태양전지나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 등 정작 지원이 절실한 신기술 분야에서 녹색인증제가 요구하는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김형국 녹색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 녹색일자리 창출과 녹색 R&D사업 선정, 스마트그리드 특별법 제정 등의 업무를 주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5년간 107조원을 투자해 고급 인력을 비롯한 녹색산업 전 분야에 15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게 목표다. 올해부터는 녹색 관련 R&D도 직접 선정, 투자와 지원을 병행키로 했다. 스마트그리드와 관련해서는 올해 말까지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한 과제다. 법령이 나와야 스마트그리드사업 활성화의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세부적인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을 확정하고 제주도 실증단지 내 인프라 구축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에너지저장·양방향 전력전송·보안 등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IT·전력·가전 등 이종기술 간 상호 호환성 확보를 위한 스마트그리드 표준화 가이드라인도 올해 안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홍성의 KEPCO(한국전력) 스마트그리드 총괄팀장은 “스마트그리드 국가 로드맵을 충실히 이행하고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스마트그리드의 기본 개념은 전력인프라에 ICT를 접목해 ‘스마트’하게 하는 것으로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도 남은 과제다. RPS 하에서 최종 목표 수준은 매우 중요하다. 너무 높게 설정되면 가격을 급상승시킬 수 있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비용 절감에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의무 불이행에 대한 과징금도 결정해야 한다. 과징금처럼 부담을 주는 건 시행령에 미리 담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인증서의 거래 가격에도 제한을 둬야 한다. 너무 높으면 결국 의무대상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이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유창선·최호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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