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LCD를 생산한 지 15년 만에 처음 연간 매출 20조원 시대를 함께 연다. 1990년대 초반 일본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배워 뒤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패널 대형화 및 양산 경쟁을 선도해 일본은 물론이고 후발 주자인 대만을 압도하면서 가장 먼저 20조원 매출 고지에 오르게 됐다. 19일 증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매출 20조원을 동반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 LCD 기업 중 20조를 돌파한 기업은 두 회사뿐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LCD를 생산한 지 15년 만인 지난해 약 22조원의 매출과 1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은 전년(18조670억원)보다 21.7%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도 연 매출 20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을 함께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매출 증가율도 23%를 기록할 전망이다. 윤혁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형 LCD 패널 시장을 좌우하는 TV 수요가 지난해 1억3500만대 선으로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이 2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두 업체의 양산 경쟁력이 경쟁 업체들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분기 세계 LCD 업체들이 동반 적자를 기록하며 생산을 축소할 때에도 삼성과 LG는 8세대 신규 라인을 가동하며 양산 능력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시장을 제대로 예측한 두 기업은 2분기 이후 중국을 비롯한 각국 경기부양 정책으로 패널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힘입어 흑자 전환에 가장 먼저 성공했다.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유리기판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한국 업체들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연 매출 20조원은 국내 단일 기업 매출로 13위권(2008년 기준)에 해당한다. 양사의 ‘규모의 경제’가 확실하게 구축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LCD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이제 3차원(D), 전자종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차세대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한 연구개발 확대와 M&A 등의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진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3D, 전자종이 등 차세대 기술 상용화 준비를 어느 정도 했지만 원천 기술 역량이 부족하다. 연매출의 최소 1%(2000억원)를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재투자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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