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인 KEPCO그룹의 국제회계기준(IFRS)시스템이 이달 초 가동됐다. IFRS를 적용한 최종 산출물이 나오기까지는 아직 3개월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이 시스템은 벌써부터 많은 공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KEPCO그룹 IFRS 프로젝트가 공기업 최초라든가, 최대 규모여서만은 아니다. KEPCO그룹의 IFRS 프로젝트는 초기부터 내부 회계담당자와 IT담당자, 외부감사인 등이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IFRS 기반의 재무시스템을 현업에 적용한다 하더라도 KEPCO그룹의 경우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혼선이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업과 IT가 함께 참여하는 추진팀 구성=KEPCO그룹의 IFRS시스템 구축은 지난해 6월 착수됐지만, 이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9월부터다. 당시는 정부가 IFRS 도입 로드맵을 발표한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다. KEPCO그룹은 KEPCO를 중심으로 10개 계열사의 회계담당자와 IT담당자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회계전문가도 모두 참여했다. 또 추진팀 산하에 현업부서인 재무처, 노무처, 영업처 등의 실무자 15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도 만들었다. 워킹그룹은 추진팀 내 회계사들이 회계정책을 만들면 이에 대한 검증작업을 맡았다. 또 10개 계열사의 회계와 IT담당자 각 1명씩을 비상근 담당자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한국형회계기준(K-GAAP)과 IFRS의 차이에 대한 상세분석을 실시했다. 당시 상세분석은 초기 수립된 IFRS 마스터플랜과 기준차이 예비 분석을 토대로 40개의 분석과제를 선정한 후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차에서는 공통 및 개별과제 분석을, 2차에서는 현업부서의 의견수렴을 거쳤다. 이후 3차에서는 각 계열사별 확산을, 4차에서는 회계정책(안)을 확정했다. 이때 회부감사인의 의견도 반영했다. 이후 2008년 11월부터 유형자산 등에 대한 IFRS 회계정책을 수립했다. KEPCO그룹은 본격적인 IFRS 기반의 재무시스템 구축에 앞서 2009년 2월 연결결산 시스템을 개선했다. 이는 뒤에 진행될 시스템 구축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은 4개월 후인 6월에 시작됐다. KEPCO그룹의 IFRS 프로젝트는 11개 전 계열사가 동시에 추진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기반으로 IFRS 기준에 맞는 단일화된 회계정책을 수립해 전 계열사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또 표준화된 템플릿을 통해 그룹사 표준 재무시스템 구축도 추진했다. ◇IFRS의 새로운 기준적용으로 어려움 겪어=오랜 기간 사전준비를 했지만,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적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국내에 처음 적용되는 회계기준이어서 이렇다 할 벤치마킹 대상도 없었다. 이 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기존 K-GAAP에서 IFRS로 변경되면서 변화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특히 너무나 다양하고 많은 설비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 바뀐 기준에 맞춰 이를 평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주성호 KEPCO 전력그룹IFRS추진팀 차장(공인회계사)은 “기존 K-GAAP에서는 취득원가 기준으로 설비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가 이뤄졌는데 IFRS에서는 모든 자산이 싯가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수많은 종류의 자산을 모두 싯가로 공정가치 평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KEPCO는 발전설비를 비롯해 전주, 변압기, 철탑 등 다양하고 많은 설비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IFRS추진팀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별도의 공정가치재평가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지난해 9월 구성돼 올해 2월까지 모든 자산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산에 대한 내용연수 기준이 변화되는 것도 난제였다. 기존에는 세법에 따라 일괄적으로 내용연수를 적용했으나 IRFS가 적용되면 자산 하나 하나 마다 실제 내용연수를 적용해야 했다. 전준구 전력그룹IFRS추진팀장은 “추진팀은 재평가팀과 협업을 통해 자체적으로 모든 자산에 대한 내용연수를 다시 적용했지만 힘든 과정이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외에도 기준 변경으로 인해 많은 부분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영업정보시스템 수정 및 퇴직급여충담금시스템 구축=IFRS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추진팀에게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다. 이는 IFRS 적용이 단순히 재무시스템만 재구축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IFRS가 적용되면 기존에 재무시스템과 연동돼 있는 다른 정보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맞게 수정 작업을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KEPCO그룹은 IFRS 적용에 따라 매출 인식에 대한 기준이 변경돼 영업정보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작업을 진행했다. 기존 K-GAAP에서는 매출을 검침 기준으로 인식했으나 IFRS가 적용되면 발생 기준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에 대한 기준변경도 영업정보시스템을 수정하게 한 요인이다. 이와 함께 퇴직급여충당금 기준 변경으로 인해 KEPCO그룹은 퇴직급여충당금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K-GAAP 하에서는 퇴직급여를 산정할 때 일괄 적용하기 때문에 굳이 정보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IFRS가 적용되게 되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퇴직 시나리오별로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자동화가 필수다. 박석지 IFRS추진팀 차장은 “KEPCO그룹은 현재 IFRS시스템을 가동한 데 이어 지난해 결산 데이터를 IFRS로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면서 “또 IFRS시스템 안정화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안을 도입해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EPCO는 곧 새로 선임될 외부감사인의 업무 영역에 올해 K-GAAP과 병행 적용되는 IRFS에 따른 산출물을 검증하는 영역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미니인터뷰】전준구 KEPCO 전력그룹 IFRS추진팀 팀장 - 변화관리는 어떻게 추진했나. ▲ 내부 홍보는 물론, 교육을 많이 했다. 이미 지난해 9월에 새로운 IFRS 기반의 회계정책이 마련되면서 전 계열사 회계담당자 및 경영진 등 150명 대상으로 중간 교육을 실시했다. 이어 10월 초에 총 50명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1주일 동안 교육을 실시했고 11월부터 이달까지 10회에 걸쳐 지방 순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3월에는 5주 동안 1회당 50명씩 회계담당자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 향후 계획은. ▲ IFRS 규정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영역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 또 내부통제관리, 해외자회사 적용, 세금 등에 있어서도 추가로 정보시스템 수정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지. ▲ 회계 투명성 등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KEPCO는 뉴욕거래소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매년 US-GAAP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인 2억5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제3국 상장사에 한해 IFRS를 US-GAAP과 동일하게 인정해주고 있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회사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에 건의를 한다면. ▲ IFRS를 적용하면 자산재평가로 인해 장부상으로만 매출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세금도 높게 책정되게 된다. 실제 발생되는 매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금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도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게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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