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몰락 ‘100년 기업’이라는 훈장은 명예롭지만 이 훈장이 또 다른 100년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GM의 몰락은 지속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어느 기업도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GM은 1908년 설립 후 대량생산·대량소비형 제조기업 모델로 세계 최고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GM은 1931년부터 2007년까지 77년간 세계 자동차판매 1위를 지켰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GM의 미래까지 지켜주진 못했다. GM은 이미 1970년대부터 조금씩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위기 징후가 나타났으나 자기변신을 외면했다. 이러한 문제는 경제호황 국면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자 취약한 제품구조와 고비용 경영구조로 인한 약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는 지난해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수익성이 양호한 일부 사업부만 살아남은 ‘뉴 GM’으로 새로운 생존의 길을 걷게 됐다. 전문가들은 GM 몰락 원인으로 본원적인 경쟁력 부재와 부족한 위기대응 능력을 꼽는다. 과거 자동차 시장에서 통하던 제품 포트폴리오에만 매달리다가 결국 일본 등 해외업체에 안방시장을 내줬다. GM 경영진들 역시 과감한 자기혁신 보다는 과거 성공모델을 유지하는데 급급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유구한 전통과 우월적인 지위를 자랑하는 1등 기업도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하면 결코 생존할 수 없다며 △끊임없는 자기혁신 △본원적 글로벌 경쟁력 강화 △장기적인 관점의 성장전략 추구 △상생의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장수기업 아쉽게도 한국에는 100년 기업이 흔치 않다. 상장기업 가운데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곳은 두산(1896년 창립), 동화약품공업(1897년 창립) 정도다. 이외에 경방, 삼양사, 금호전기, 유한양행 등이 7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사실 20세기 초중반까지 한국이 안팎으로 안정되지 않은 혼란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오히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기업의 역사를 이어왔기에 이들 기업이 시사하는 바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1935년 설립된 금호전기는 끊임없는 핵심 경쟁력 강화로 장수기업 반열에 올랐다. 금호전기는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번개표’ 조명기기로 1997년까지만 해도 국내 조명시장의 65%를 차지했다. 하지만 IMF 위기상황에서 점유율이 40% 이하로 곤두박질치자 IT조명 부분을 신사업으로 선정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회사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냉음극형광램프를 출시하며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 1945년 설립된 종합 화학기업 디피아이홀딩스는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회사는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이 13%대로 장수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회사는 도료인쇄잉크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문 기술연구소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환경·실버산업 등 미래 성장에 보탬이 되는 분야에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중 60년 이상 된 장수기업 2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장수기업의 비결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최고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 △핵심 경쟁력 중심의 사업 추진 △신뢰있는 노사관계 구축 등으로 분석됐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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